사회과학

하이에크 이론의 특징과 의의

팔락 2010. 4. 8. 17:48

하이에크 이론의 특징과 의의

- 신고전학파 이론과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 목 차 ◈

Ⅰ. 서론

Ⅱ. 본론

1. 하이에크 경제이론의 특징

– 하이에크 이론과 신고전학파 이론과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2. 신고전학파의 화폐이론에 대한 하이에크의 비판

3. 신자유주의 화폐정책의 문제점

Ⅲ. 결론



Ⅰ. 서론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전세계 경제정책의 지배적인 논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오해를 일으키고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기초가 되고 있는 하이에크이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하이에크 이론을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학파의 사상적 시초가 되고 있지만, 신고전학파의 이론과는 다르다는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우선, 하이에크 이론의 특징을 살펴볼 것인데 신고전학파 경제학과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볼 것이다. 그 이유는 하이에크 이론의 관점이 자신의 연구시기에 따라 변화했다는 점에 있다. 많은 학자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견해[1]에 따르면, 하이에크는 1930년대 까지는 가격이론, 자본론 및 경기변동론을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테두리 내에서 분석했다. 그러나 1940년대 이후시기에는 다양한 논문들[2]을 통해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과 모델 단순화를 위한 가정하에 도출되는 월라시안 균형이론에 대해 비판하면서 하이에크는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하이에크는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논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 신고전학파의 논리를 비판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하이에크 이론의 특징을 신고전학파 이론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은 신자유주의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에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신고전학파 화폐이론에 대한 하이에크의 비판과 신자유주의 화폐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화폐이론을 중심으로 고찰해보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화폐정책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며 이러한 화폐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신고전학파의 이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경기변동의 원인을 통화량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화폐정책을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화폐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신고전학파 이론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하이에크의 비판을 검토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하이에크 이론이 주는 현대적 의의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하이에크 이론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자 한다.



Ⅱ. 본론

1.    하이에크 경제이론의 특징

- 신고전학파 경제이론과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하이에크 경제이론의 특징을 살펴봄에 있어서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신고전학파 이론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다음 장에서 서술될 화폐정책에 대한 하이에크와 신고전학파 간의 견해의 차이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이에크 경제이론과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의 특징을 비교관점에서 요약해보면 다음의 표로 나타낼 수 있으며, <표1>에 나타난 3가지 차이점에 맞춰 하이에크의 특징을 살펴볼 것이다.



<표1> 하이에크 경제이론과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의 특징비교[3]



      하이에크                                  신고전학파

지식의 문제에 입각한 과정이론     배분문제에 입각한 균형이론
열린(open) 시스템                      닫힌(closed)시스템
복잡한(coplex)시스템                 단순한(simple)시스템


하이에크 이론의 첫번째 특징은 지식의 문제에 입각한 과정이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신고전학파의 이론이 배분문제에 입각한 균형이론이라는 점과는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상술하면, 그의 이론이 지식의 문제에 입각한 과정이론이라는 말은 자생적 질서의 생성과 발전을 지식과 정보의 전달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의 문제에 관한 이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에크는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 무지상태에 있고 또 각자가 소유한 지식은 한곳으로 수렴될 수 없도록 분산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지식의 문제는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제주체에게나 분석하는 학자 나아가 사회전체의 모든 조직에게 모두 적용되는 문제라고 보았으며 인간이성의 한계성에 대해 늘 강조했다. 따라서 하이에크에 의하면, 신고전학파가 말하는 균형이란 개개인들의 주관적인 지식들이 수렴하여 일치된 상태이며, 모든 개개인들의 행동과 계획들이 일치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이성의 한계로 인한 구조적 무지 하에서 이러한 상태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하이에크에게 있어서 시장질서 이론이란 최적배분을 달성하기 위한 균형상태를 기술하거나 균형조건을 기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조정 과정(coordination)과 탈조정 과정(decoordination)의 반복을 통한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되는 과정이론으로 보았다. 따라서 하이에크의 주된 논의의 대상은 어느 누구도 한데 뭉쳐놓을 수 없는 지식을 최선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질서가 무엇인가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하이에크 경제학의 과제는 지식의 발견과 확산 과정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는 것으로 시장시스템을 배분적 기계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시스템 내지 발견적 절차로 파악하고 있다. 즉, 시장이란 인지적 한계를 지닌 개인들이 경쟁과 가격을 통해 서로의 지식을 활용하도록 만드는 발전과정으로 보고 있다.

하이에크의 이러한 인식은 시장시스템을 닫힌(closed)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open)시스템으로 단순한(simple)시스템이 아니라 복잡한(complex)시스템으로 보고 있는 하이에크 이론의 두 번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은 시장과정을 다른 여타의 과정들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통해 단순화 시키고 경제외적 요소에 대해서는 주어져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분석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러한 가정하에 시장과정의 결과들을 소수의 변수들끼리의 선형적인 인과관계로 파악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즉, 경제를 모델화하고 모델화된 경제의 배분문제를 의사결정의 문제로 취급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해결책이 존재하느냐 또는 존재하지 않느냐, 존재한다면 어떤 조건하에서 존재하냐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사회현상이란 구성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수많은 구성요소들의 유기적 상호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구조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성격과 이 성격의 상대적인 빈도수에 의해 좌우될 뿐 아니라 이 요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복잡한 현상으로서 시장과정을 구체적인 인과관계로 파악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이러한 구조적 무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제모델의 단순화 과정을 통해 도출해낸 결과를 복잡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또한 하이에크는 시장시스템을 완전한 지식을 기초하고 완전할 질서가 잡혀있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시장시스템은 끊임없이 변동하는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과정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열린 과정과 탈조정(decoordination)과정의 상호과정을 통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보았다.

이러한 외부환경에 열려있고 복잡한 시스템의 특징은 시스템이 자신과 자신의 외부세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들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들은 ‘구조적인 무지’와 싸워야 한다고 보았다.  모든 개인들이 자신의 자원과 지식 및 상상력 그리고 창의적인 지적 역량을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법질서를 확립한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외부환경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정이야 말로 시장시스템의 우월성이라고 보았다.[5]



2.    신고전학파 화폐이론에 대한 하이에크의 비판



앞에서는 하이에크 이론의 특징을 신고전학파 이론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론적 차이점은 화폐이론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며, 어떤 차이점을 가져오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하이에크는 초기 연구에서 신고전학파의 틀 안에서 화폐이론을 분석했다. 그러나 후기 연구에서는 이러한 화폐이론과 이를 반영한 화폐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이러한 하이에크의 비판적 관점에서 화폐이론을 논의하도록 한다.

오늘날 경제학을 지배하고 있으며, 실질적 경제정책에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론은 월라시안 균형이론을 기본으로 하는 신고전학파 이론이다.

이러한 경제학의 특징은 첫째, 최적화 및 균형 상태를 기술하는 경제학이다. 이러한 경제학은 다음의 세 가지를 가정하고 있다. 첫째, 경제주체가 미래를 예상할 때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을 한다고 가정한다. 둘째, 모든 시장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게 되어있다고 가정한다. 가격기구는 매우 신축적이어서 어떤 시장에서든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셋째, 모든 경제행위는 경제 주체의 제약하의 최적화 행동으로부터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거시현상을 분석함에 있어서도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microfoundation of macroeconomics)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가정하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분석대상은 첫째, 개별 경제주체의 최적 행동대안이다. 이것은 개별 경제주체의 균형으로 기술된다. 둘째, 전체 경제적인 균형점을 수학적인 최적화 계산을 통해 가격과 수량으로 표현하여 결과를 도출해낸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고 알려져 있다고 가정되는 개별 경제적인 여건들을 이용하여 가격과 수량으로 표현되는 균형점을 계산해낸다. 이러한 결과는 현실적인 인간의 행동의 합리적인 선택과 현실적 시장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와 같이 수리적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균형점에서의 수량과 가격을 찾아내는 연구방법을 바탕으로 하는 화폐이론은 총화폐량, 물가 그리고 총생산량 사이의 기계적인 인과관계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계적 화폐수량설[6]로 나타난다. 피셔이론인 기계적 화폐수량설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신고전학파의 방법론에 기반한 화폐이론은 다음과 같은 논리가 전개된다. 첫째, 화페는 물가가 변하는 경우에만 가격과 생산에 영향을 주며, 물가가 안정되는 경우에는 가격과 생산은 자연적 수준[7]에 머문다. 둘째, 물가상승은 항상 생산을 촉진하고, 물가하락은 반드시 생산을 둔화시킨다. 셋째, 화폐이론은 오로지 화폐가치 이론을 설명하는 이론이 된다.

이처럼 화폐는 실물과 무관하게 움직이며 물가가 안정되어 있을 경우 가격과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화폐의 중립성을 가정한 신고전학파의 화폐이론에 대해 하이에크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첫째, 성장하는 경제에 있어 이자율이 저축과 투자를 일치시키는 수준에 머물면 물가는 하락한다. 뿐만 아니라 화폐공급의 변동이 물가변동 없이 가격과 생산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화폐 공급량을 변동시켜 상대가격과 생산구조에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물가를 안정시켜 화폐를 중립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둘째, 신고전학파의 화폐이론에서는 화폐 공급량의 변동이 개인이나 계급 등 경제주체, 그리고 산업이나 부문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된다고 상정한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화폐 공급량이 변화했을 때, 화폐가 주체나 부문에 따라 어떻게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지 나아가 화폐가 어디서 공급되어 어떻게 여러 경제단위들 사이에 분배되는지 미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상대가격과 무관한 물가나 그런 물가에 의존하는 화폐가치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상대가격과 개별부문의 생산변동에 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기계적 화폐수량설을 바탕으로 한 신고전학파의 화폐이론에 대한 하이에크의 비판의 요점은 그것이 상대가격 체계의 변화를 고려하는 미시경제학적인 기초가 결여되어 있다고 보았다. 화폐수량설에 의하면 화폐이론은 물가수준, 즉 화폐가치에 대한 이론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화폐이론의 주된 관심이 화폐가치 결정에 국한되어서는 곤란하며, 화폐가치는 실물부문과 관련을 맺는 범위 내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실물부문의 활동, 즉 생산과 소비활동에 보다 중요한 상대가격체계를 무시한 화폐수량설은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해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배분의 왜곡과 실업, 생산구조의 변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기대 등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8]



3.    신자유주의 화폐정책의 문제점



신자유주의의 화폐정책은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통화주의(monetarism)’의 논리에 입각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 이다. ‘물가안정 목표제’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의 총량이 일정할 때 통화량은 물가수준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물가상승이 목표로 한 범위를 초과했을 때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는 화폐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화폐 중립성을 가정하고 있으며 총화폐량과 물가 그리고 총생산량 사이의 기계적인 인과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화폐이론이 실질적인 측면에 적용되었을 때, 어떠한 문제점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것이다.

신자유주의 화폐정책인 물가안정 목표제에 대해 하이에크가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가안정 목표제의 문제점을 밝히는데 있어서, 화폐가치가 실물부문의 활동, 즉 생산과 소비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대가격체계를 무시한 채 화폐가치와 물가수준과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는 화폐정책을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해악이라고 보는 하이에크의 시각에서 살펴 볼 것이다.

개도국들은 현재 높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을 잘못 운영해서가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가구예산에 비중이 높은 기름값과 식료품 값 등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체 통화량의 문제가 아니라 실물생산부문의 비용상승에 따른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개도국들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되어 있어서 그들이 국제물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개도국의 물가는 국제가격에 따라 상승하게 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 안정의 목표에서 벗어난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통화주의의 정책에 따라 금리를 상승시키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만약 전 세계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완만한 수준으로 연간 20% 정도로 오른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이 국가 물가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3%정도 수준에서 잡는다면, 이러한 물가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의 가격을 모두 떨어뜨려야 할 것이다. 통화주의의 논리에 따라 금리를 상승시킨다면 경제는 오히려 침체되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통화량의 변화가 실물부문의 상대가격 체계와 산출수준 그리고 생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적인 것으로 두고 단순히 물가수준을 통화량의 관계에만 국한시켜 도출된 수량적 결과인 물가안정 목표에 따라 통화량만을 조절하는 정책은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9]



Ⅲ. 결론



하이에크의 자유주의사상과 경제이론은 국가개입을 견제하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사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리고 시장메커니즘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신고전학파의  이론과도 일치한다. 나아가 하이에크 이론은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개인의 경제적 자유수호에 이바지한 이론이다.

그런데 필자는 복합적인 요소들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하이에크의 이론은 자생적 질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자생적 질서이론이란 어느 누구도 한데 뭉쳐놓을 수 없는 지식을 최선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질서가 무엇인가를 그 대상으로 삼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에 관한 연구이다.

이러한 하이에크의 인식은 우리의 경제학의 발전 그리고 정책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경제문제들이 이제는 더 이상 경제요소들만의 문제로 국한시킬 경우 그 원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전 시대에도 모든 경제문제들이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관계들이 덜 복잡하고 덜 복합적이어서 각각의 분야를 구분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세계화와 디지털화라는 흐름 속에서 경제문제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보다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 분야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경제문제를 경제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외부환경과의 열린 관계 속에서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찾아야 한다는 하이에크의 이론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 참고 문헌 ◈



-  국문 문헌

1. 구재운, 「통화이론과 정책」,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서울; 민음사,1994.

2. 민경국, 『하이에크, 자유의 길』, 파주: 한울, 2007.

3. 박흥기, 「계산논쟁과 하이에크의 과제」, 『하이에크 연구』, 서울;민음사, 1995.

4. 정운찬, 「하이에크와 케인즈」, 『하이에크 연구』, 서울;민음사,1995.

5. 조 순, 「하이에크의 화폐이론의 재음미」, 『하이에크 연구』, 서울; 민음사,1995.

6.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양승두, 정순훈 옮김, 『신자유주의와 법』,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1991.

7. 홍 훈, 『인간을 위한 경제학』, 서울: 길, 2008.

8. _____,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화폐경제」, 『빅셀 이후의 거시경제 논쟁』,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8.

-  영문 문헌

1. Hayek, Friedrich A, 『Law, legislation and liberty』vol.1, chicago: Univ. of Chicago press, 1973.

2. _________________, 「The Ricardo Effect」『Individualism and Economic Order』, chicago: Midway reprint,1980.

-        신문 자료

조선일보, 2008.05.16일자, [칼럼 outside] 물가안정 목표제는 실패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Joseph E. Stiglitz)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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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경국, 『하이에크, 자유의 길』, (파주: 한울, 2007), 139쪽.

조 순, 「하이에크의 화폐이론의 재음미」, 『하이에크 연구』, (서울: 민음사, 1995), 282-287쪽.

[2] 이러한 대표적인 저서에는 『Individualism and Economic order 』, 『 Road to selfdom 』,『Law, legislation and Liberty 』 등이 있다.

[3] 이 표는 민경국, 『하이에크, 자유의 길』, (파주:한울,2007), 151쪽에서 인용하었으며, 필자의 논의에 맞추어 재구성한 것이다.

[4] 여기서 “복잡한(complex)”의 의미는 한국어로는 같은 “복잡한(complicated)”로 동일하게 쓰이고 있으나 그 의미가 다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한국말에서 복잡하다고 하면 흔히 온통 뒤죽박죽 되어 혼란스러운 상태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complex’가 아니라 ‘complicated’에 해당하는 의미이다. 복잡한 시스템에서 말하는 “복잡함”이란 옷감의 씨줄과 날줄처럼 다양하게 얽혀 있어 겉보기에 쉽게 그 구조가 파악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5]  민경국,『하이에크, 자유의 길』, (파주: 한울, 2007) 115-220쪽.

박흥기,「경제계산 논쟁과 하이에크의 과제」,『하이에크 연구』, (서울: 민음사, 1995) , 228-234쪽.

[6] 화폐수량설이란 물가수준의 변동요인을 통화량의 총량적 변화에서 찾는 이론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어떤 정형화된 이론체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량과 물가수준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법을 의미한다.

[7] 자연이자율 수준을 의미하며, 자연이자율이란 실물투자율을 자발적으로 저축률과 일치시켜주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8] 정운찬,「하이에크와 케인즈」,『하이에크 연구』, 266-270쪽.

조 순,「하이에크의 화폐이론의 재음미」,『하이에크 연구』,288-301쪽.

홍 훈,『 인간을 위한 경제학 』, 234-251쪽.

F.A.Hayek,「The Ricardo Effect 」『 Individualism and Economic Order 』, p 220-254.

[9] 조선일보,2008.05.16일자, [칼럼 outside] 물가안정 목표제는 실패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