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시장이 충돌할 때
사회적 차원에서 물질적 처벌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가장 짜증스러워하고 부모와 자주 갈등을 빚는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다. 보육교사는 보호자가 아이를 데려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대도시인 하이파에서 6개 어린이집 원장들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작정하고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마다 소정의 벌금을 물게 했다. 부모들은 좀 더 일찍 아이를 데리러 가게 됐을까?
아니다. 오히려 부모들이 늦게 오는 빈도가 2배까지 늘어났다! 부모들은 이제 돈만 지불하면 늦게 데리러 가도 되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그들은 이제 보육교사들의 퇴근을 위해 일찍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았으며 돈을 주고 시간을 더 살 수 있는 것처럼 여겼다.
2주 후에 원장들이 벌금 제도를 폐지했지만 일단 자리 잡은 부모들의 지각 풍토는 사라지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처벌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예로 들고, 경제학자는 시장과 윤리가 충돌할 때, 항상 시장이 우세를 점하는 일반적인 패턴의 대표적인 예로 든다.
사회의 법과 개인의 신의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갈등이 생긴다. 이때 개인은 '인지불균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판단 원칙들을 재구성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추상능력이 발전하기 때문에 도덕적 판단도 더욱 성숙해진다. 따라서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기중심성을 차츰 벗어남으로써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공정한 관점을 취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심리적 자기중심성을 탈피하기 위한 지적 능력도 필요하다. 개인의 도덕적 발전이 인지능력, 언어능력의 증강으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개인이 선호하는 도덕적 추론과 지능지수 및 언어능력, 논리력 사이에는 실제로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
타인의 시각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느냐는 도덕적 발전의 결정적인 전제조건이다. 여기에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타인의 의도를 추정하는 능력도 보조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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