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관료제의 명과 암

팔락 2013. 12. 20. 11:48

관료제의 명과 암

일찍이 밀은 관료들이 타성과 집단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수구세력임을 지적한 바 있다. 관료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부와 함께 존재하여 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는 민주사회에서도 여전하다.

 

관료도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재정의 증대를 선호하는 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 이는 누구나 자기의 힘이 커지길 바라는 것과 동일한 현상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과는 달리 관료들은 이러한 자신의 바람을 보다 용이하게 실현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1. 하나는 그들 자신이 선거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선거결과가 자신들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높은 비율로 투표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공무원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2. 관료들은 의회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입법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관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정치학 교과서에는 집단적 의사결정은 의회의 권한이라고 써져 있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집단적 선택이 입법부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상당 부분 행정 관료에 의해 결정된다. 이 덕분에 행정 관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재정팽창을 스스로 실현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관료들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부의 의원과 행정부의 책임자를 선거로 선출하여 이들로 하여금 관료들을 감독하게 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관료들을 장악하려는 선출된 행정책임자나 의원들은 오히려 관료들의 반격을 받아 상처를 입는다.

 

조금 달리 말하면, 입법부나 선거로 선출된 행정책임자는 구조적인 위계질서 하에 있는 관료들의 행위를 결코 완전히 장악할 수 없으며, 완전한 장악을 위한 어떤 시도도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 뷰캐넌이 비판한 관료의 속성

 

 

관료와 정치인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 관료는 자기 직분의 전문성과 자신의 직위 안정성, 권한의 확대에 초점을 두지만, 정치인은 차기에 당선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관료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지식을 쌓을 기회가 풍부하다. 그러므로 전문성과 현장 지식에서 관료가 정치인 보다 우위에 있다.

 

관료는 전문성과 지속성이 있지만, 정치인은 전문성이 약하고 정치적 수명이 선거에 의해 좌우되고 소속분과가 새로운 국회가 형성될 때마다 바뀌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지속성이 약하다. 대체로 선진국의 관료들은 일정 수준의 시험을 거쳐 선발되고 장기간의 조직생활에 단련되어 있으며 일부는 애국심과 자부심도 갖추고 있다.

 

실증적으로 현대 국가에서 입법되는 법률은 주로 행정부에 의해 발의된다. 실질적으로는 행정부가 하지만 정치인의 위신을 생각하여 의원 입법의 형식을 빌리는 것을 포함하면 그렇다. 그리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대통령령을 포함하면 그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법의 실질적 내용에서의 질도 의원이 발의한 것보다 행정부에 의한 것이 우위에 있다. 이는 정치인의 어절 수 없는 포퓰리즘적 성향과 실재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장 지식의 결여, 그리고 타 법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 같다.

 

법률이 제정되고 나서 법의 실제적인 적용에 들어가면 의원과 관료 간의 영향력은 더욱 벌어진다. 의원의 경우 법률의 제정에만 신경을 쓰고 그 법의 실질적인 적용과 관리는 모두 관료들이 맡게 된다. 그리고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세세한 시행 규칙들은 관료들의 몫이다.

-- 관료가 정치인 보다 우위인 이유

 

# 현대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관료를 제어하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관료를 제어하는데 언론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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