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안다는 느낌

팔락 2013. 1. 10. 15:41

안다는 느낌의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다음의 예문을 찬찬히 읽으라. 대충 읽거나, 도중에 그만두거나, 바로 다음 단락으로 건너뛰지마라. 일단 다음 단락을 읽어버리면 이 경험은 두 번 다시 반복할 수 없으므로, 잠깐만 멈추어 이 예문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설명하는 글을 읽은 뒤, 예문을 다시 읽으라. 그렇게 하면서, 부디 당신의 정신 상태와 그 단락에 대한 느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신문이 잡지보다 낫다. 해변이 거리보다 나은 장소다. 처음에는 걷기보다 뛰기가 낫다. 아마 여러번 시도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기술이 필요하지만, 배우기가 쉽다. 어린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 일단 성공하면, 말썽은 거의 없다. 새들이 지나치게 접근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비는 매우 빠르게 스며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해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말썽이 없다면 매우 평화로울 수 있다. 돌멩이가 닻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거기서 떨어져나가면,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단락이 이해가 가는가 아니면 말도 안 되는가? 당신의 마음이 그럴듯한 이 설명들을 자세히 살피는 것을 느껴보라. 이제 단 한 단어를 제시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

 

연 Kite. 예문을 다시 읽어보라. 뭔가 개운치 않았던 이전의 불편함이 옳다는 쾌감으로 번져가는 것을 느껴보라. 모든 것이 들어맞는다. 모든 문장이 제구실을 하고 의미가 있다. 예문을 한 번 더 다시 읽으라.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을 다시 얻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한 순간에 마땅한 의식적 숙고 없이, 그 단락에는 돌이킬 수 없이 안다는 느낌이 주입되었다.

 

위 예문에 대한 다른 해석을 상상해보라. 내가 당신에게 이것은 3학년 학급에서 합작으로 지은 시라고, 또는 행운의 과자에 들어 있는 글귀들을 이어놓은 콜라주라고 말해준다고 가정하라. 당신의 마음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 안다는 느낌의 존재가 다른 대안을 고려하려는 시도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우리들은 아마도 각자 단락을 다소 다르게 읽겠지만,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연이라는 단어를 본 뒤, 우리는 재빨리 앞으로 돌아가 예문을 다시 읽으면서, 문장들을 이 새로운 정보와 대조한다. 어느 지점에선가 우리는 맞다는 신념을 얻는다. 하지만 언제, 그리고 어떻게 말인가?

 

연에 관한 실험은 우리가 무언가를 '아는' 방식에 몇 가지 의문을 불러온다.

 

* 연이 그 예문에 맞는 답이라는 것을 당신이 의식적으로 '결정'했는가, 아니면 이 결정이 불수의적으로 의식적 자각 밖에서 일어났는가?

* 어떤 뇌 기제(들)가 모름에서 앎으로의 이동을 일으켰는가?

* 이 이동은 언제 일어났는가? (연이 맞음을 안 것은 예문을 다시 읽기 전이었나, 읽는 도중이었나, 아니면 읽은 뒤였나?)

* 예문을 다시 읽은 뒤에도, 당신은 연이 맞는 답이라는 안다는 느낌을 추론에 의한 이해와 의식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 당신은 연이 맞는 답이라고 확신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 뇌, 생각의 한계 중에서(On being certain : believing you are right even when you’re not/Burton, Robert Alan)

 

당신이 어떻게 느끼든 간에, 확신은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의 결과물도 아니다. 확신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아는' 유사한 현상들은 마치 사랑이나 분노처럼, 이성과 무관한 무의식적인 뇌의 작용으로부터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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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대가 잘 다져진 우리의 믿음의 토대에는 토대가 없는 믿음이 놓여 있다.

-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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