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프레임이론(frame theory)

팔락 2012. 12. 26. 10:38

프레임이론(frame theory)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어느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날 무렵 학생들에게 묻자 모든 학생들이 다 코끼리를 생각했으며 그것도 교수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랬다는 것이었다. 즉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먼저 코끼리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언어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프레임이론’을 주창했다. 여기서 프레임(frame)이란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나 사회적 의제(議題)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뜻한다(좀 더 줄여서 표현하자면 ‘인식의 틀’ 정도 되겠다).

 

프레임이론이 성립하는 이유는 우리가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감각이 우리 두뇌에서 ‘언어’로 변환되어 수용하기 때문이다. 즉 외부 감각->연관 단어->이미지 연상, 이런 순서를 거치게 되는데, 언어를 담당하는 대뇌의 손상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이러한 연상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프레임이론이 적용되는 사례는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일례로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신종플루 사태를 들어보자. 당시 신종플루가 발생되어 뉴스에 보도되었을 때, 언론방송은 처음엔 ‘돼지인플루엔자’라고 보도했었다. 그러자 국민들은 돼지고기의 섭취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오해를 하여 돼지고기 판매가 격감하였고, 보건당국의 발표에도 소문이 그치지 않자 돼지고기 시식회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던 것이다.

 

반면 미국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구호로 무명의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전해 걸프전의 승리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지만, 막대한 전쟁비용의 부담으로 인한 재정적자는 물론이고 80년대부터 지속된 무역적자 등으로 미국 경제는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이라고 해서 미국의 경제를 살릴 만한 별 뾰족한 수단이 없었음에도, 선거 구호에 경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내세워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공화당 - 경제 실패’, ‘민주당 - 경제 회생’ 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주었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프레임이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즉 전략적으로 잘 짠 프레임을 제시하여 대중의 생각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1992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미국 경제의 어려움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역설했지만, 변명을 하면 할수록 미국 국민들에게 ‘역시 경제가 어렵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주었을 뿐이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적 성찰의 한계  (0) 2013.01.17
안다는 느낌  (0) 2013.01.10
중독된 뇌를 이기는 3가지 방법  (0) 2012.12.10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DMN)  (0) 2012.12.10
대책없는 뇌를 이기는 4가지 방법  (0) 201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