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에 나온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은 아마 누구도 잊지 못할 것이다.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카사블랑카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에 올라타 남편과 함께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순간, 험프리 보가트(Humphery Bogart)는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에게 말한다.
"우리 모두 당신이 빅토르(Victor)와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당신은 그의 작품의 일부니까요. 당신은 그를 유지시켜 주는 존재잖아요. 당신이 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면 아마 후회할 거예요. 물론 오늘은 후회하지 않겠죠. 내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죠. 하지만 곧 후회할 것이고 남은 인생 동안 영영 후회할지도 몰라요."
이 멜로영화 속의 그 짧은 장면이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유난히 돋보였다거나 작가가 대본을 기막히게 잘 써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가 때로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할 것인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 집을 살 것인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등 우리 삶에서 중요한 선택들은, 그 선택으로 미래에 경험하게 될 후회의 크기를 예상하는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후회란, 우리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가 우리가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고 느낄 때 경험하는 매우 불쾌한 감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행동은 미래의 후회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결정된다. 우리는 우리가 언제, 왜 후회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교한 이론을 가지고 있고, 그 이론에 따라 후회할 만한 경험을 미리 회피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선택을 한 다음에는 우리가 선택한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를 모를 때보다 알 때 후회가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좋은 조언을 거절했을 때보다는 나쁜 충고를 받아들일 때 더 후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우리의 좋지 않은 선택이 일상적인 것일 때보다 이례적일 때 더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큰 점수 차이로 떨어질 때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실패한 경우에는 더 후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이런 이론이 가끔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A라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당신은 B회사 주식으로 옮겨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만약 B회사 주식으로 옮겼더라면 지금쯤이면 1천2백 달러를 더 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당신은 C회사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을 작년에 D회사 주식으로 옮겼는데, 작년에 그냥 C회사의 주식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1천2백 달러를 더 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두 가지 결정 가운데 어떤 것을 더 후회할 것 같은가?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10명 가운데 9명은 주식을 그대로 보유했을 때보다 주식을 바꾸어서 손해를 본 경우에 더 후회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은것(inaction)보다는어떤 행동을 한 것(action)으로 인한 후회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9명의 예상은 잘못된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했던 것보다 하지 않았던 것을 훨씬 더 많이 후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 유망한 사업 기회를 놓친 것, 가족이나 친구와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 등을 가장 빈번하게 후회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행동한 것보다 행동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 행동한 것에 대해 훨씬 더 쉽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청혼을 받아들였는데, 이 사람이 훗날 도끼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된다면, 우리는 그 경험으로 얻은 모든 깨달음을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있다.(도끼를 모아두는 것은 그리 건강한 취미는 아니군.)
하지만 어떤 사람의 청혼을 거절했는데, 그 사람이 나중에 스타 영화배우가 되었을 때는 그 경험에서 얻은 것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우리는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가 겁이 많은 것(그래서 뭔가를 하지 않은 것)보다는 대담한 것(일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쉽게 합리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저질러봐야 할 때 주저하고 만다.
<카사블랑카>의 장면을 회상해보자. 미래에 경험할 후회를 거론하며 보가트가 타이르자, 버그만은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렸다. 그러나 버그만이 보가트와 카사블랑카에 함께 머룰렀다면 그녀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그 즉시는 아니었을지라도 곧, 그리고 남은 생애 동안 행복했을 것이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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