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사실과 이론을 결합하여 과거 사건에 대한 추측을 만들어내고, 동일한 원리로 사실과 이론을 결합해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을 추측한다. 그런데 감정은 대톨령 선거나 고대문명처럼 풍부한 사실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우리 뇌는 사실보다 이론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여 과거의 감정을 기억해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이론이 옳지 않은 경우, 우리는 과거의 감정을 잘못 기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성(gender)에 관한 사람들의 이론을 보자. 우리는 대부분 남성이 여성보다 덜 감정적일 것이라고 믿으며(그 여자는 울었지만, 그 남자는 울지 않았어.) 비슷한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은 정서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일 것(그 남자는 화가 났지만, 그 여자는 슬퍼했지.)이라고 믿는다. 또한 여성은 월경 기간에 좀더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기가 쉽다(오늘 그 여자 좀 짜증내더라. 무슨 말인지 알지?)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믿음을 뒤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물론 중요한 것은 여성의 월경과 감정 변화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이론이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의 연구들을 살펴보자.
*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한 달 전의 기분을 기억하도록 했는데, 남녀 모두 비슷한 강도의 감정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한 달 전의 기분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 전에 남녀의 차이(gender)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랬더니 여성 참가자들이 좀더 강렬한 감정을 느꼈었다고 기억했고, 남성 참가자들은 그보다는 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 또 다른 연구에서 남녀 참가자들이 팀을 이루어 다른 팀과 대항하는 게임을 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에게는 게임을 하는 동안 그들의 감정을 보고하게 했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 그 감정을 회상해보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남녀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보고한 감정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 회상한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여성 참가자들은 여성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감정들(예; 공감, 죄책감)을 더 느꼈다고 회상했으며 남성 참가자들은 남성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감정들(예; 분노, 자부심)을 더 느꼈다고 회상했다.
*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에게 4~6주 동안 일기를 기록하면서 그날그날의 기분을 매일 평가하게 하였다. 그 결과 여성의 정서가 월경 주기와 크게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나중에 이 여성들에게 특정한 날의 일기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하고 그날의 기분을 기억해보라고 했더니, 월경을 하는 날의 기분을 실제 느꼈던 것보다 더 부정적으로 회상했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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