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할 때 대개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일련의 실험에서 아주 짧은 순간(몇 밀리 초) 동안 어떤 단어들을 켬퓨터 화면에 나타냈다.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실험 참가자들은 어떤 단어가 제시되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제시된 단어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적대적인(hostile)'이라는 단어가 반짝 비춰졌을 때,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판단였다. '나이가 지긋한(elderly)' 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참가자들은 좀더 느리게 걸었다. 또한 '어리석은(stupid)'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참가자들은 여러 테스트에서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참가자들에게 실험 도중에 타인을 부정적으로 보고 느리게 걷고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얻게 된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자,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하나는 그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잘 모르면서도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즉, 느리게 걸은 사실) 그럴 듯한 설명을 했는데, 그것은 제 3자가 그저 짐작으로 내놓을 만한 설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예를 들면, '피곤해서 그랬다.') 다시 말해 진짜 이유는 모르면서도 설명은 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을 조작할 때, 그것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다. 일부러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한다면('망했지만 여기에도 분명 뭔가 좋은 점이 있을 거야. 그 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 의자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을거야.') 이는 자기 파괴의 씨앗이 될 것이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Rite of Spring>을 들려주었다. 그들 가운데 일부에게는 그냥 음악을 들으라고 했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의식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음악을 들으라고 요구했다. 간주곡이 끝날 때쯤 실제 행복감을 측정하자, 행복감을 느끼려고 의식하면서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단순히 음악만 들었던 사람들보다 더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만일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자신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주의가 산만해지면(이 경우는 <봄의 제전>을 듣는 것)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사실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일부러 조작하는 것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치사하다고 느낀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은 그것이 정직하게 얻어진 결론이라고 믿어질 때만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을 조작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하고, 그 결과를 즐길 때는 의식적으로 한다. 식사하는 사람은 식당에 있지만 요리사는 부엌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요리해내는 것은 이점은 그것이 잘 먹혀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인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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