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은 두 현상이 인과적으로 관련되어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할 때, 대개 발생했던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을 하지만 발생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기억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약 4세기 전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경(Sir Francis Bacon)은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는 형태를 기술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abscence)'을 고려하지 못하는 실수를 가장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인간의 이해(understanding)에서 가장 큰 방해 요인은 여러 사물 가운데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중요한 요인이라도 그것을 감각을 통해 경험하지 않으면 경시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심사숙고하는 행위는 '보는 것'에 국한되고, 보이지 않는 것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베이컨은 자신의 주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로마 성으로 가는 한 방문객의 이야기(사실, 이 이야기는 키케로가 17세기 전에 이야기했던 것을 베이컨이 인용한 것이다.)를 예로 제시했다.
로마 사람들은 로마 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그 방문객에게 신앙심이 깊은 몇몇 뱃사람의 초상화를 보여주었다. 그 뱃사람들은 깊은 신앙심 때문에 최근의 조난 사고에서 살아남았다고 자랑스레 들려주었다. 이 사실이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로마 사람들의 주장에, 그 방문객은 영리하게도 "그러면 신께 맹세했음에도 결국 죽게 된 사람들의 초상화는 어디에 있죠?"라고 물었다.
어떤 현상의 부재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상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약 30년 전, 어느 연구진이 미국인들에게 실론과 네팔 그리고 동독과 서독, 이 두 쌍 가운데 어떤 나라들이 서로 더 비슷한지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동독과 서독을 골랐다.
반대로 어떤 나라들이 서로 더 다르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동독과 서독을 골랐다. 어떻게 한 쌍의 나라가 다른 한 쌍의 나라보다 서로 더 비슷한 동시에 서로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에게 두 나라의 유사성을 물어보면, 그들은 비슷한 점은 찾아내지만, 보이지 않는 차이점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에게 서로 다른 점을 물어보면, 그들은 차이점은 찾아내지만, 보이지 않는 유사성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무시하는 이 경향성은 개인적인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다음의 두 섬 가운데 하나로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Moderacia 섬은 보통 날씨, 평범한 해변, 평범한 호텔 그리고 평범한 유흥시설을 갖추고 있고, Extremia 섬은 환상적인 날씨와 해변이 있지만 호텔이 별로이고 유흥시설도 전혀 없다. 자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느 섬으로 갈 텐가? 대부분의 사람은 이중 Extremia 섬을 택한다.
이제 당신은 그 두 섬에 갈 수 있는 티켓을 확보하고 있고 그중 하나는 취소해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어느 섬을 취소하겠는가?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Extremia 섬의 티켓을 취소한다. 이는 우리가 선택할 때는 대안들의 장점에 주목하지만, 거부 결정을 내릴 때는 주로 대안들의 단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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