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역학파 심리치료사들은 억압이 망각과 회상(recall)의 정상적 메커니즘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반복된 강간 같은 아주 옛날의 외상적 경험을 잊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상심리학자 리처드 맥낼리는 <정신적 외상 기억해내기(remembering trauma)>에서 실험 연구와 임상적 증거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를 제시했다. "마음이 정신적 외상의 기억을 억압하거나 분리하여 의식에 떠오르지 않게 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는 개념은 신빙성 있는 경험적 증거를 결여한 정신병학의 전설이다." 사실이 정반대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주 많다. 외상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문제는 그것을 잊는다는 거이 아니라 그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기억은 틈만 나면 의식에 침입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고문당했거나 전투에 참가했거나 천재지변을 겪은 기억을 억압하지 않으며(그 당시에 뇌손상을 입지 않은 한), 그 끔찍한 경험의 세세한 내용이 시간이 흐르면서 왜곡될 수는 있지만 그 점은 어느 기억이나 마찬가지이다.
맥낼리는 이렇게 덧붙인다. "외장적인 사건은 절대 잊혀지지 않거니와 그것이 반복된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다. 학대가 그 당시 외상적인 것이었다면 그것은 망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망각되었다면 그것은 외상적인 것이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리고 설령 망각되었더라도 그것이 차단, 혹은 억압되거나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정신적 장벽 뒤에 밀봉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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