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정보를 범주 단위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인간의 마음의 성향에서 비롯된다. '범주(category)'는 '스테레오타이프(stereotype)'와 같은 말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스테레오타이프를 과거의 경혐을 토대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집단 사이의 진정한 차이를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혹은 어떻게 생각할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게 하는 에너지 절감 장치로 여긴다.
우리는 현명하게 스테레오타이프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즉각적인 정보에 의지하여 위험을 피하고, 새 친구가 될 만한 사람에게 접근하고, 학교와 직장을 선택하고,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바로 저 사람이 평생 사랑할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결정한다.
그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부정적인 면은 스테레오타이프가 우리가 보고 있는 범주 내의 차이를 무시하고 범주 사이의 차이를 과장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성, 당, 민족 내부에 편차가 있음을 알면서도 다른 범주의 사람 몇 명을 만나보고는 일반화하여 그 범주에 속한 사람들 모두를 '그들'이라는 덩어리로 뭉뚱그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 일반화의 오류는 굉장히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 오랫동안 스테레오타이프에 대해 연구한 사회심리학자 매릴린 브루워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이 "남자애들은 울보야."라고 말하더라고 보고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판단한 것은 두 남자 아이가 집을 벗어난 첫날 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자애들 중에는 우는 아이들이 없었느냐는 과학자다운 브루어의 질문에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있었죠. 하지만 몇 명밖에 안 울었어요. 나는 안 울었고요."
브루어의 어린 딸은 벌써 세계를 우리와 그들로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뇌의 조직화 체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범주이며, 뇌에 각인(hardwired)되어 있다. 집합 명사 '우리'와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호이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라는 범주가 생기자마자 다른 모든 사람들을 '우리가 아닌 자'로 인식한다. '우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어떤 범주들은 우리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성 정체성, 종교, 정치, 민족, 국적 등이다. 삶의 의미와 정체성, 그리고 목적을 부여하는 집단에 소속된 느낌이 없다면 우리는 무한한 우주에 무의미하게 떠다니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립감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소속감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 우리 문화, 민족, 종교가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다는 신념)가 일차적인 사회 집단들에 대한 우리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일하고, 싸우고, 그것들을 위해 목숨 바칠 용기를 증대시킴으로써 생존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잘 풀릴 때 사람들은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 심지어 다른 성에 대해서도 대단히 관용적이지만 화나고 불안하고 위협을 느낄 때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맹점을 활성화한다. '우리'는 지성과 심오한 감정 같은 인간적 품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우둔하고 울보고 사랑, 수치심, 슬픔, 후회, 반성의 의미을 알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들'이 우리만큼 똑똑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그들'에게는 배타적이 되는 반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결정적으로 그 행위는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방식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통념은 스테레오타이프 때문에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인지부조화 이론은 태도(attitude)와 행동(action) 사이에 난 길이 양쪽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다른 집단 성원들을 노예로 삼거나, 그들에게서 제대로 된 교육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그들이 우리의 전문직 영역에 끼어드는 것을 막거나, 그들의 인권을 부정했다면 우리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테레오타이프를 불러낸다. 그들은 적합하지 않다거나, 무능하다거나, 천성적으로 못한다거나, 부도덕하다거나, 악하다거나 심지어 인간이 덜 되었다고 자신을 설득함으로써 그들을 대하는 방식이 떳떳하지 못하다거나 부도덕하다는 감정을 피한다. 그리고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피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범주 단위로 사고하는 조건에서 왜 일부만이 다른 집단에 대해 심한 편견에 사로잡히는가? 스테레오타이프는 어떤 관념의 부당성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접하면 바뀌거나 깨질 수도 있지만, 편견은 이치나 경험이나 그것을 반증하는 사례에도 요지부동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중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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