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동기화된 희의주의

팔락 2012. 5. 17. 17:00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이 인생의 시련에도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한다. 자아를 위협하는 것들에 대해 그런 것처럼, 우리는 장밋빛 믿음을 깨뜨릴 수 있는 증거에 대해서도 터무니없이 높은 잣대를 적용한다.

 

예를 들면 뇌는 육체적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어떤 의학 정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흡연자들은 '흡연 = 질병 = 죽음'이라는 내용의 모든 성가신 연구들을 경멸하며, 심장 전문의가 공중 보건 정보 책자를 펼쳐 보이며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이런 현상은 동기화된 회의주의(motivated skepticism)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다룬 어느 실험에서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생길 수 있는 의학적 위험을 알리는 글을 사람들에게 읽게 했다. 그랬더니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남성들과 여성들은 이 글을 믿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남성들도 이 글을 믿었다. 어떤 사람들이 카페인과 질병 간의 연관성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할지는 너무나 뻔하다.

 

자만하는 뇌는 육체적 질병 감수성(취약성)에 관한 정보가 아무리 확실해도 그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기 방어적 불신을 연구한 다른 실험에서, 일부 피험자들은 '티오아민아세틸라아제(TAA) 결핍'이라 불리는 가짜 임상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TAA 결핍인 사람은 늙으면 '다양한 췌장 질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신뢰할 수 있을 법한 정보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피험자들은 한 사람씩 칸막이 방에 들어가 특수 검사지에 침을 묻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피험자들 중 일부는 TAA 수준이 정상이면 검사지가 노란색 그대로일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

나머지 피험자들은 TAA 수준이 정상이면 검사지가 진초록으로 변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운이 나빴다. 평범한 노란 종이로 만들어진 그들의 검사지는 침을 아무리 뱉어도 색이 변하지 않았다.

 

타액 반응 검사에서 '실패한' 운 나쁜 피험자들은 TAA 결핍에서 초래될 위험에 대해 단호하게 낙관적이었다. 검사를 '통과한' 사람들에 비해 그들은 TAA 결핍과 췌장 질병을 심각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그들은 또한 타액 검사가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타액 반응 검사를 받으면서 그들이 보인 행동은 훨씬 더 방어적이었다. 물론 실험자들은 실험 중에 피험자들의 행동을 몰래 관찰했다.

 

모두들 검사지의 색깔이 바뀌는 데 10 ~ 60 초가 걸릴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대부분 20초 안에 검사를 마쳤다. 피험자들은 검사를 마치자마자 검사지를 봉투에 넣기로 되어 있었다. TAA 결핍을 의심하는 피험자들은 다른 피험자들보다 미적거렸다. 노란색 종이의 색깔이 바뀌기를 30초도 넘게 기다릴 정도였다. 게다가 '운 나쁜' 그들 대부분은 요지부동인 검사지의 색깔이 바뀌는 것을 보려고 일종의 변칙 재검사까지 했다. 몇몇은 침을 새로 뱉엇고 몇몇은 새로운 검사지로 다시 검사했다. 어떤 이들은 검사지를 직접 혓바닥 위에 올려놓기도 햇다. 그들은 검사지를 흔들고, 불고, 닦아 내고, 엄청난 양의 침으로 흠뻑 적셨다. 운 나쁜 이 피험자들은 자신이 받은 진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의견도 구했다.

-- 뇌 마음대로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견과 자기 정당화  (0) 2012.07.10
편견의 원인, 편가르기  (0) 2012.07.09
자만하는 뇌와 기억  (0) 2012.05.17
자만하는 뇌  (0) 2012.05.17
생생함 효과(vividness effect)  (0) 201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