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자만하는 뇌

팔락 2012. 5. 17. 12:56

자만하는 뇌는 우리를 미화하고 고양하고 과장한다. 자만하는 뇌는 우리의 잘못과 실패를 용서하거나 아예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뇌는 자만심이 너무나 강해서 심지어 자기 이름의 철자가 다른 사람들 이름의 철자보다 더 맥력적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말 놀랍게도 자만하는 뇌는 과장된 믿음을 이따금 현실로 바꿔 놓는 듯하다. 엄마처럼 사랑을 쏟아붓는 뇌에 힘입어 우리는 고군분투하고 인내하여 정말로 목표를 달성하고 만다. 자신의 부족한 점들은 기꺼이 잊고 장애물로 보이는 것들은 거만하게 무시하면서 말이다.

--

사람들은 자신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곧잘 마지못한 척 겸손하게 자신이 보통 사람보다 더 도덕적일 뿐 아니라 월등히 의욕적인 직원이라고, 더 나은 운전자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대답한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은 사고로 처참하게 망가진 차에서 구조되어 입원했는데, 입원 당시 인터뷰에서 그렇게 대답했다.

 

어떤 특성이나 재주에 대한 질문에 다행히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특별한 장점에 유리하게 그 질문을 해석한다. 즉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가장 교묘한 전략 차원에서 우리는 자신의 장점은 귀하고 특별한 반면, 단점은 보통 사람들이 누구나 가진 것이라고 믿는다.

 

뇌의 자아 방어 병기고에 있는 또 다른 무기는 애매모호함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잘되거나 잘못된 이유를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설명을 선호한다. 그래서 성공하면 자기가 잘난 덕분이고 실패하면 단지 운이 나빴거나 멍텅구리 같은 다른 사람 때문이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런 자기 본위적 편향(self-serving bias)은 너무나 분명해서 우리는 이를 심리학 실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퍼즐 풀기와 같은 실험에서, 형편없는 수행 결과로 자아가 상당한 상처를 입을 위기에 처하면 뇌는 자기 향상성(self-advancement)을 드러낸다. 퍼즐 풀기가 지능과 관계있다고 들은 사람들은,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기차에서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 바로 퍼즐 풀기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기 본위적 편향을 보인다. 잠재적 위험이 클수록 자만하는 뇌는 더욱 자기 방어적(self-protective)이게 된다. 너무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자기 본위적 편향에 쉽게 빠진다고 생각한다. 

-- 뇌 마음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