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플라톤의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에 대한 비판

팔락 2010. 4. 8. 12:47

플라톤의 정치강령은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을 포함한다. 이것은 합리적인 점진적 사회공학과는 대립되는 것이다. 유토피아적 접근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합리적 행위는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한다. 행위가 그 목적을 의식적이고 지속적으로 추구해 가는 만큼,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서 행위의 수단을 결정해 나가는 만큼 행위는 합리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고자 한다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그 목적의 선택이다.

이 원리를 정치적 활동의 영역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어떤 실제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이상국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런 궁극적인 목적이 적어도 윤곽이라도 잡힌 후에라야 비로소 그 실현을 위한 방법과 수단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실제 행동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토피아적 시도는 강력한 한두 사람의 중앙집권적 통치를 요구할 것이며, 그러므로 그것은 독재로 흐르게 될 것이다. 자비로운 독재자가 부딪히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그의 조치의 결과가 자신의 선량한 의도와 일치하는지 어떤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이 어려움은 권위주의란 비판을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야기된다.

유토피아적 공학의 또 다른 어려움은 독재자의 후계자와 관련된 것이다. 유토피아적 과업의 범위 때문에, 한 사람의 사회공학자나 한 집단의 사회공학자들이 당대에 그 과업의 목적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후계자가 동일한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을 위해 바쳐진 국민의 모든 고난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개의 가정, 즉 언제나 이러한 이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이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는 최선의 수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이 있다는 가정과 함께, 하나의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이상에 대한 플라톤적 신념만이 유토피아적 접근법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이런 원대한 가정만이 유토피아적 방법론이 전적으로 무용하다는 선언을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유토피아주의에는 플라톤적 접근법의 독특한 특성이 되는 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유토피아주의의 전폭성, 즉 돌멩이 하나라도 그대로 두지 않고 사회를 전체적으로 다루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사회악을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는 확신이며, 세상에 어떤 품위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위에 그슬리는 사회제도를 완전히 근절해 버려야 한다는 확신이다. 그것은 비타협적인 급진주의이며, 탐미주의이며, 완전주의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지금보다 좀 낫고 좀 더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추함이 전혀 없는 세계, 참으로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

탐미주의와 급진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이성을 던져버리게 하고, 그 대신 정치적 기적을 바라는 절망적인 희망을 갖도록 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도취 상태에서 솟아 나오는 낭만주의이다. 그러나 항상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낭만주의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선한 의도가 있다 해도, 단지 하나의 지옥을 만들 뿐이다.

~~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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