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자격증주의

팔락 2010. 4. 8. 12:30

자격증주의

브리지스(Bridges, 1996:173)가 최근 자격증주의credentialism에 대한 문헌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경험적 연구는 교육자격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전문직 노동시장에서 자격증주의는 독점과 사회적 폐쇄를 지탱하는 장치인데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공격에 빌미를 주어 구호를 야기했다. 그러나 사회적 폐쇄는 규정된 지식과 숙련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만을 허용하려고 의도함으로써, 실천을 위한 허가와 권리에 대한 자격을 부여하는 데 반드시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선발하는 특유의 방법은 수련 자격증명서이다. 이것이 있으면 선택된 지위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배타적 권리 혹은 직업을 모두 얻게 된다.

버그의 『교육과 직업』(Ivar Berg 1970)에 나타난 아주 일반적인 소견 혹은 고용에 있어 자격증주의의 역할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콜린스(Randall Collins 1979)의 비판에 대응하지 않고, 또 교육 테스트의 가치에 대한 최근의 논란이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자문과 고용할 사람을 고르는 데 자격증주의 말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꼭 물어보아야 한다. 자문의 시행착오와 특정한 임무를 수행할 사람을 아무나 쓰는 것은 어쨌든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외과수술이나 교량건설 같은 일부 경우는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또한 자격증주의는 고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준 즉 친족관계, 민족, 젠더, 인종, 남녀, 정략적 신조, 개인적 권고, 조작되고 증명되지 않은 이력서, 혹은 매혹적인 광고 선전 같은 것보다 부정의, 착취, 혹은 비능률을 내세우는 비난에 취약하지 않다. 자격증주의는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업에서 사람을 배제하는 데 불공정한 근거가 되는 다른 대안들보다 훨씬 더 낫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 시장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는 자격증주의가 시장에 대한 강요이고 고용의 자유를 구속한다며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대한다. 애로우(Kenneth Arrow 1963; 또한 Akerlof 1970 참조) 같은 몇몇 경제학자는 모든 의사는 아니더라도 외과적 치료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다루는 서비스에 예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 선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의 범위는 반드시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노동이 너무 복합적이고 비교(秘敎)적이어서 수련받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문직의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유시장을 고집하는 프리드만은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가 주어질 때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주의는 강제되어서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Milton Friedman 1962:149). 물론 충분한 정보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로 생각된다.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만 소비자는 자신의 이익에 가장 맞는 재화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소비자는 타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은 인정된다.

유감스럽게도 실제 시장에서 분명히 많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렵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매혹적으로 왜곡되고 선택된 정보인 상업광고들이다. 더구나 경제학자는 복잡불투명한 시장에서 소비자가 아주 조심해서 물건을 산다면 그들이 치를 수밖에 없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아주 높은 거래 비용에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의학적 혹은 법률적으로 시간을 다투는 경우에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선택은 아주 빨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가가 행하는 업X무의 상당 부분에 충분한 정보를 얻는다 할지라도 교육받은 중류계급조차 그것을 이해하고 선택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성인의 21%는 기능성 문맹이고 그 외에 25%는 한계성 문맹인데 이들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1) 이런 사실에 비추어 기든스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기술적인 전문지식은 난해한 이론 체계를 일상적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 의해 계속 재충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전문인이 될 수 없다. ... 몇몇 이상의 소부문에서는…. 그리고 대다수 전문인 체계의 광대함에 비추어 우리 모두는 보통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한 배juggernaut를 다 같이 타지 않으면 안 된다.”(Giddens 1990:144-5)

분명히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충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다수는 미래에 그 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현대 학문의 형식적 지식(암묵적 지식이 아닐지라도)의 대부분은 아마 누구나 교과서와 논문을 통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비자가 단지 시장에서 자발적인 선택을 잘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 전문화된 지식의 방대한 분량, 복합성, 그리고 불명료함은 물론이고 광범위한 기능성 및 한계성 문맹에 대한 맹목적 부정이다. 선택을 좌우하는 정교하고 엄청난 상업 광고는 물론이고 정교하게 전문화된 지식과 이것을 지혜롭게 다루어야 하는 비전문가의 능력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종종 합리적이다. 딩월과 펜(Dingwall과 Fenn, 1987:53)이 말한 대로, “전문가 면허제는 어떤 복잡한 사회에 내재하는 조직화된 문제를 푸는 이론적 해결책이다.” 정당화되지 않고 착취적인 것은 수련 자격증명서에 근거한 전문직의 독점 원칙이 아니라, 단지 그 원칙이 남용되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경우이다. 사리에 맞는 유일한 태도는 그 원칙을 매도하는 게 아니라, 면허제가 어느 경우에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경우에 그렇지 않은지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