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편견이 없는 사람?

팔락 2011. 3. 28. 15:02

로스엔젤레스 북부에 위치한 관용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에는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할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게 설계된 양방향 전시실이 있다. 그곳에는 흑인, 여성, 유대인, 동성애자 등 친숙한 대상 외에도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금발 여성, 장애인 등이 있다.

 

여기서는 극히 다양한 편견을 다룬 비디오를 볼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최소한 몇 가지 편견은 가지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기획한 작품이다. 다음으로는 박물관 본실로 들어오라는 안내를 받는데 입구가 두개이다. 각각 `편견이 있는 사람`과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후자는 박물관 측의 본뜻을 놓치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잠겨 있지만 간혹 정말로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날 오후, 박물관을 방문한 우리는 화가 난 하시드파 유대인 네 명이 들여보내 달라며 `편견이 없는 사람`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뇌에는 설계상 시각적 맹점(盲點)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맹점도 있다. 두뇌의 영악한 술책의 하나는 실제적인 체험이 전혀 없는데도 우리를 위로해주는 망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인지부조화 이론은 심리적 맹점에 관한 이론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자기도 모르게 맹인이 되어 자신의 행위나 신념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지도 모르는 중대한 사건들과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뇌에는 확증 편향 외에도 자신의 인식과 신념들을 정확하고 실제적이며 편견이 없는 것으로 정당화해주는 다른 자기본위 습관들도 패키지로 묶여 있다.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는 이 현상을 '소박실재론(naive realism)`이라 부른다. 사물과 사건을 `실상 그대로` 인식한다는 불가피한 확신이다. 우리는 다른 합리적인 사람들이 사물을 우리와 똑같이 본다고 가정한다. 그들의 의견이 우리와 다르면 그들이 명확히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소박실재론이 논리적 미로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음 두 가지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첫째, 개방적이고 공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합리적 견해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가 가진 견해는 무엇이나 합리적임에 틀림없어서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적들을 여기 불러다 앉혀놓고 실상이 어떤지를 말해주기만 하면 그들고 내게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지 않으면 그것은 분명 그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이다.

 

# 로스의 실험(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갈등에서)

이스라엘 협상가들이 제시한 평화안을 팔레스타인의 제안이라 속이고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평가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속인 이스라엘 평화안보다 이스라엘이 제시한 것이라고 속인 팔레스타인의 평화안을 더 좋아했다. 자신의 제안을 상대편에서 내놓는다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편의 제안이 실제로 상태편에서 나올 때 그것이 마음에 들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 거짓말의 진화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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