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카타르시스 통념의 허구

팔락 2011. 3. 26. 16:00

스트레스를 느끼는가? 한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보라. 던지고, 치고, 짓밟고, 목 졸라 죽이기까지 할 수 있는 빌어먹을 인형(Damm It Doll)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짧은 시도 하나 보여준다.

 

 책상을 차버리고 전화를 집어던지고 소리를 치고 싶을 때는

 여기 아주 긴요한 `빌어먹을 인형`이 있다.

 두 다리를 단단히 그러잡고 내려칠 자리를 찾으라.

 그러고는 그 속이 터질 때까지 사정없이 내려치면서 소리쳐라.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인형'은 서양 문화에서 가장 뿌리깊은 통념의 하나를 반영한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의 효험을 믿는 정신분석이 길러낸 통념이다. 바로 화를 표출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형을 집어던지거나 샌드백을 치거나 아내에게 고함을 쳐라.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축적된 실험 데이터는 이러한 행동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옳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면 보통은 기분이 더 나빠지고 혈압이 오르며 더욱 화가 난다.

 

특히 다른 사람을 향해 직접적으로 화를 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부조화 이론이 예측하고 있는 바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해로운 행위(곤경에 빠뜨리거나 욕설을 하거나 주먹으로 치는 등)를 할 때는 강력한 새 동인(動因)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자기가 한 일을 정당화할 필요성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약한 아이를 놀리고 못 살게 구는 소년을 보자. 소년은 패거리와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만 남을 못 살게 구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나중에 소년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약간의 부조화를 느끼며 자문한다. "나 같이 행실 바른 애가 어떻게 착하고 죄없는 아이에게 그토록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었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그는 희생자가 착하지도 무죄하지도 않다고 자신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그 앤 바보에다 울보야. 게다가 저도 기회가 있었다면 내게 똑같이 했을 걸." 일단 희생자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다음번에 훨씬 더 못되게 굴 가능성이 커진다. 최초의 해로운 행위를 정당화하고 나면 더욱 공격적인 행위를 위한 무대가 마련된다. 바로 그것이 카타르시스 가설이 틀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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