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공격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을 배운다. 동생을 때리고 동생이 울기 시작하면 "얘가 먼저 그랬어요! 맞아도 싸다고요!"라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부모는 이 유치한 자기정당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개는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폭력배들이나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고용주, 배우자를 학대하는 부부, 저항을 포기한 용의자를 계속 구타하는 경찰관, 소수 민족 사람들을 수감하고 고문하는 폭군, 민간인들에게 잔혹행위를 자행하는 군인들의 행동에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경우에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공격이 자기정당화를 낳고, 자기정당화가 더 많은 공격을 낳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형제들의 악한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는 언젠가 '왜 그토록 아무개를 미워하는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내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그에게 더러운 술책을 부렸고, 그 후로 나는 그를 미워했어.'"
다행히 인지부조화 이론은 한 사람의 관대한 행위가 어떻게 선행과 동정을 연쇄적으로 증폭시키는지, 곧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행을 할 때 사람들은 관대한 행위의 수혜자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위해 일부러 호의를 베풀었다는 그들의 인식은 그에 대해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는 부정적 감정과 부조화를 이룬다. 요컨데 그들은 호의를 베푼 뒤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이런 얼간이에게 내가 왜 좋은 일을 하지? 그러니까 이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얼간이가 아닌 거야. 사실은 기회를 한번 줘 볼 만한 아주 좋은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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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환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새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 본성을 진지하게 연구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18세기에 이미 뱔견했을지도 모른다.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에서 활동하던 프랭클린은 동료 의원의 반대와 악의 때문에 심란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마음을 얻기로 작정했다. 그는 '그에게 마음에 없는 존경을 바치는 것', 즉 자신이 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도록 유도했다. 그의 서재에서 책을 한 권 빌린 것이다.
그는 그것을 즉시 보내주었고 나는 한 주쯤 뒤 나의 호의를 강력히 표현한 편지와 함께 돌려주었다. 다음번에 의회에서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대단히 정중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어느 때라도 나를 도울 의사를 표명했고 우리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는 내가 알고 있던 옛 금언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 금언이란 이렇다. '당신에게 한 번 친절을 베푼 사람은 당신 자신이 호의를 베푼 사람보다 더 기꺼이 또다시 친절을 베풀 것이다.'
-- 거짓말의 진화,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태복음 7;3)는 말이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로 타인들을 비판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보편적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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