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왜곡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자들이 어느 십대 청소년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한 피험자 집단에게 보여 줘서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형형색색의 도형이 재미없게 화면을 누비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이와 무관해 보이는 실험에서 피험자들 전체는 일련의 과실 행위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를테면 보도를 임시로 덮어 두는 판을 확인하지 못한 건설 현장 감독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했다. 판 사이를 걸어가뎐 보행자의 발목과 쇄골이 부러진 것에 대해 현장 감독이 어느 정도까지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부상당한 피해자에게 그는 얼마나 보상을 해야 할까?
비디오테이프에서 불의를 보고 여전히 화가 나 있던 피험자들은 이 과실 사건의 피고에게 불의를 행했다. 이 성난 피험자들은 미리 분노를 경험하지 않은 피험자들에 비해 자신의 의무에 소홀한 이들을 무자비하게 비난했다. 게다가 응분의 대가를 내리는 데도 가혹했다.
우리가 열 받아서 그릇된 생각을 하는 경우는 이것만이 아니다. 분노에 눈이 멀면 우리는 도덕적 딜레마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분노한 피험자와 평온한 피험자 모두가 읽은 일부 과실 사건들에서는 죄인이 전적으로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했다. 그러나 다른 사건들에서는 훈련 부족이나 윗선의 강압 같은 복잡한 요소들이 실험 각본에 따라 개입됐다.
예를 들면 앞의 현장 감독은 퇴근 전에 현장의 안전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전혀 받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하루를 더 근무한 뒤에야 교대됐다. 그는 판을 확인하느라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대가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평온한 피험자들은 이런 정보에 민감했다. 그들은 정상참작이 가능한 상황 덕분에 피고자의 형량이 줄어들 수 있음을 알았다. 반면에 분노한 피험자들은 어설프게 인과응보를 저울질하려다가 이런 미묘한 사항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분노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분노한 피험자들 중 일부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 나중에 비난의 이유를 실험자에게 추궁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자 자신의 손가락질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피험자들은 평온한 피험자들과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 경우 감정적 상태의 왜곡 효과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으면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아는 경우에만 감정이 도덕적 형평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의미이므로 유감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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