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환상’이란 현실을 왜곡해서 지각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보여 줍니다. 우리에게 제시되거나 우리가 직접 찾아내는 정보들은 조작적으로 선별된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를테면 언론 매체들은 일상적인 일보다 비상한 일과 특수한 일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일이천 명이 참여하는 외국인을 혐오하는 데모는 외국인과 난민들을 전혀 반대하지 않는 시민들 수천만 명보다 더 큰 관심을 받습니다. 여러 날에 걸쳐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외국인 혐오에 관한 보도를 끊임없이 접하게 되면 우리 뇌는 얼마 후에 예외의 경우를 정상 상태로 여기며, 그 나라를 외국인 혐오가 가장 심한 나라로 받아들입니다.
언론 매체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일방적인 사전 선별을 통해 제한합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더욱 호감을 가지며 가능한 한 동일한 견해를 내세우는 사람들과 우선적으로 교류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서로 확인합니다. 우리 뇌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관과 모순되는 활동은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킹 시대에는 다양한 의견에 노출된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검색엔진과 소셜 네트워크 알고리즘으로 인해 비슷한 의견들을 자동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들은 당신이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교환하는 모든 검색어와 모든 테마를 기록해 놓습니다. 그 기업들은 잘 짜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당신의 관심과 견해가 반영되는 인물 프로필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자동적으로 당신이 이미 구매한 물건에 어울리는 제품들을 구매하라고 제안합니다. 당신이 새 레인지와 프라이팬을 구입했다면, 다음번에 그 사이트에서 분명 냄비와 요리 책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됩니다.
구글의 경우에 그 영향력은 더 미묘합니다. 인터넷 활동가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우리가 ‘BP’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British Patrol 회사의 투자 옵션을 보여 주는 사이트나 석유 누출에 관한 보도가 실린 링크가 제시된다고 보고합니다. 알고리즘들이 세상을 보는 당신의 시각이 어떤 모습일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프레이저는 이것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필터 풍선filter baloon 혹은 정보 풍선information baloon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 늘 보는 것만 봅니다. 우리 뇌는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속한 집단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뇌는 그 집단 내에서 자신의 세계관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확신을 굳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하나의 집단에만 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 가정의 일원, 회사의 직원, 또래 집단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 전 세계의 시민이기도 합니다. 더 넓게 보면 우주의 한 개체이기도 하죠. 물론 민족적 배경, 성별, 연령, 이 세 가지 속성들은 우리 뇌가 첫눈에 지각하는 것으로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가장 강력하게 확정합니다. 그러나 이 속성들에만 매달려 세상을 폭넓게 보지 못한다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오히려 불안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뇌가 정보를 더 많이 모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세요.
그럴수록 새로운 것을 접하는 데 사용할 경험의 보고는 더 커집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변화의 시대에서 좀 더 어린이처럼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들지 말고, 혼내지 말고, 교묘하게 (0) | 2017.05.17 |
---|---|
그들이 우리를 중독시키는 이유 (0) | 2017.04.29 |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은? (0) | 2017.03.14 |
눈 맞춤의 해석에 대한 문화의 차이 (0) | 2017.03.14 |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0) | 2017.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