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거의 정확하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유인원을 포함한 모든 동물 중에서 검은자위에 비한 흰자위 비율이 사람 눈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그들이 어디를 쳐다보는지, 또한 다른 사람의 눈이 보고 있는 위치를 정확히 읽어 낼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뇌에게 대체 어떠한 신호를 보내는 걸까요? 이 경우에는 문화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 국가에서는 누군가를 직접 쳐다보는 것이 관심을 표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반면에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양 국가에서는 다른 사람의 눈을 직접 쳐다보는 것은 그에게 자신이 짜증이 나거나 기분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쾰른 대학 병원의 카타리나 크레머Katharina Krämer와 카이 포겔라이Kai Vogeley는 이 차이들을 뇌 스캔을 이용해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중국과 독일 출신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양쪽 문화권에서 행복해하거나 화난 눈빛을 한 얼굴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얼굴들은 절반은 똑바로 실험 참가자를 향하도록, 나머지 절반은 실험 참가자를 살짝 비켜서 바라보도록 연출되었죠.
실험 결과, 우리의 뇌는 전반적으로 눈길이 직접 우리를 향할 때, 그리고 같은 민족의 얼굴을 바라볼 때 더 강한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누군가 우리를 직접 바라볼 때 유럽인들은 미소 짓는 얼굴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 반면에 아시아인들은 화난 얼굴에서 공명을 더 크게 일으켰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남들과 눈 맞춤을 시도할 때의 계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문화 차이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원칙적으로 두 문화권에서 모두 누군가를 오랜 시간에 걸쳐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손한 행동으로 여기지만 그 시선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는 두 문화권에서 차이가 나타나죠. 이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때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맥락 문화’, ‘고맥락 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저맥락 문화low context culture’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세부적인 면까지 아주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반면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에 속하는 사람들은 말 자체에 모든 정보를 직접 담기보다는 대화 상대의 생각의 동기를 이해하고 모든 소통을 적절한 상황에 어울리게 해 나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열린 창문으로 찬 공기가 밀려드는 대형 사무실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면, 독일 같은 저맥락 국가에서는 이렇게 외칩니다. “이봐, 창문 좀 닫아 줘!”
하지만 고맥락 문화를 가진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할 것입니다.
“날씨가 정말 추워졌는데! 내일은 더 두꺼운 스웨터를 가져와야겠어요.”
고맥락 문화권에서 말의 참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형태는 특히 지식이 전승되는 집단 공동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화에서 확산되어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 외에 수많은 아프리카, 아랍, 남유럽 국가들, 그리고 아일랜드가 그 예입니다.
사회의 구성 방식이 매우 심한 변천을 겪었거나 각 개인이 확고한 집단에 강하게 편입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는, 폭넓은 공통적 배경이 없기 때문에 진술 내용이 명시적으로 표현되어야만 합니다. 이런 저맥락 문화에는 독일뿐 아니라 영국, 이스라엘,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 그리고 미국이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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