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편들지 말고, 혼내지 말고, 교묘하게

팔락 2017. 5. 17. 10:43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편들지 말고, 혼내지 말고, 교묘하게

9세 형과 7세 동생이 장난감을 두고 싸움을 한다. 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형이 자기도 갖고 놀자며 내놓으라고 한다. 동생이 주지 않자 형이 힘으로 뺏으려 했다. 안 뺏기려고 버티던 동생은 뺏길 것 같자 장난감을 형 쪽으로 던져버렸다. 형은 장난감에 팔이 맞았고, 화가 나서 주먹으로 동생을 때렸다.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럴 때,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까.


많은 부모들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 혹은 ‘누구를 혼내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런데, 다둥이 훈육의 핵심은 첫째, 편들지 않는 것이다. 설사 동생은 잘못이 없어도 형 앞에서 동생을 편들지 않는다. 둘째는 그 자리에서 각각 혼내지 않는 것이다. “너희 둘 다 혼나야 해. 형은 동생을 때린 것이 잘못이야. 동생은 형한테 장난감을 던진 것이 잘못이야”라고 둘 다 혼내면 언뜻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두 아이를 앉혀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면 거기에서 억울함이 생긴다. 그 자리에서 각각에게 상황을 묻기도 하는데, 이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서로 상대가 말할 때 “그게 아니고!”를 외치기 때문에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훈육하기가 오히려 힘들다. 다둥이를 훈육할 때는 각각 따로 데리고 들어가서 혼내지 말고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치자. 그래도 두 아이에게 따로따로 물어줘야 한다. 안 물어보면 억울해한다. 한 아이를 먼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 나머지 아이에게는 “기다리고 있어. 네 말도 들어줄 거야”라고 말해둔다. 아이가 자기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절대 끊지 않는다. “야, 어디서 거짓말이야. 엄마가 다 봤는데!” 하면 거기서 또 억울함이 생긴다. 아이 말에 호응이 안 되면 호응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가만히 다 들어본다. 끝까지 듣고 “상황은 알겠다”라고 한다.


그리고 훈육 목표는 한 가지로 정한다. 큰아이에게 동생을 때린 것을 훈육하고 싶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야. 하지 마라”라고 가르친다. 아이의 행동에 훈육할 것이 많아도 한 상황에 한 가지만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나머지 아이도 방으로 데리고 가 똑같이 “어떻게 된 거니?”라고 물어준다. 아이의 말을 다 들은 후 “상황은 알겠다. 속은 상할 거야”라고 말해준 뒤, 아이가 장난감을 형에게 던진 행동을 훈육하고 싶다면 “그런데 던지진 마. 어떤 상황에서든 물건은 던지지 마라. 형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누구와 있을 때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하고 끝내야 한다.


형이 먼저 싸움을 건 거라며 동생이 따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배워야 해. 누구나 고칠 점은 있는 거야. 너도 똑같이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일을 통해 너도 배우고 고쳐 나갔으면 하는 거야. 그래서 가르쳐 주는 거야. 그런데 너 많이 속상하기는 했겠다” 이런 정도로 해주면 된다.


아이가 두셋 있을 때, 간혹 형제간의 서열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다둥이 육아는 평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서로 말을 놓게 하고 뭐든 똑같이 해주라는 것이 아니다. 큰아이에게 지나치게 큰 사람으로서 양보를 강조하고, 의젓한 역할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작은아이에게 “어디서 감히 형에게 대들어?” 하면서 언제나 윗사람에게 복종하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형제간 서열을 세우면 자칫 평생 가는 억울함이 남기도 한다. 어릴 때는 특히 그렇다. 서열을 가르치려면 음식점에서 가서 메뉴를 고를 때, 맨 먼저 부모가 고르고 아이들 차례가 되면 “형 먼저” 하면서 서열을 세워주면 된다. 형제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는 서열을 너무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다둥이 사이에서 가장 지혜로운 부모의 처세술(?)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것이다. 큰아이든 작은아이든 단둘이 있을 때는 “엄마는 네가 제일 좋아” 하면서 엄청 잘해준다. 아이가 다른 형제들은 모르지만 사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각자 부모를 회상할 때, ‘자라면서 형제들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 엄마는 형제 중에서 특별히 나를 좋아했거든’이라고 할 수 있으면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