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성적인 판단이 존재할까?

팔락 2015. 4. 28. 15:34

이성적 판단이 존재할까?

이성적이라는 말을 정의하기에 달려있다. 논리적 추론을 의미한다면 이성적인 판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성적이라는 말이 진실을 찾는 합리적인 능력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면 아닐 경우가 많다. 특히 도덕적인 가치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이성적이라는 말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1.약한 자에 대한 동정심과 가해자를 향한 적개심. 2.공정성 3.소속집단에 대한 충성심 4.권위에 대한 존중 5.순결성과 신성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본성 등 다섯 가지 선천적인 도덕성의 심리적 기반의 무의식적인 조합에 의해 직관적으로 내려진다.

 

어떤 사건을 판단할 때 이성적 추론은, 무의식적인 감정과 도덕성의 바탕위에서 자신의 직관을 만족시키는 증거를 찾고(반대 증거는 무시한다) 논리를 발전시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타인을 설득하려는 경우에만 발휘된다. 즉 이성은 직관의 노예이고, 우리의 뇌는 진실을 찾는 과학자의 역할보다는 진실 여부에는 상관없이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하려는 변호사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다.

 

따라서 도덕적 판단이 개입된 논쟁에서는 각자의 의견이 있을 뿐이지 누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로버트 라이트는 <도덕적 동물>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뇌는 좋은 변호사와 같다. 변호해야 할 흥미로운 사건이 주어지면 그 사건에 논리적 가치가 있든, 도덕적 가치가 있든 상관하지 않고 세상에 그 가치를 설득하는 일에 착수한다. 변호사처럼 인간의 뇌도 진실이 아닌 승리를 원한다. 그리고 변호사처럼 때로는 미덕보다는 기술이 더 훌륭하기도 하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면 어떤 시점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항상 옳은 답만 제시할 수 있을까 궁금해질 것이라고 라이트는 지적한다. 우리가 진화해 온 환경을 볼 때, 우리의 도덕적 판단 장치가 항상 정확한 판단만 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이따금씩 친구와 가족을 등지고 적의 편에 설 경우 그 결과는 비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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