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금연이 힘든 이유

팔락 2015. 2. 25. 15:24

니코틴은 모르핀 및 THC(tetrahydrocannabinol 마리화나)와 비슷한 최종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작용기전은 다르다. 니코틴은 VTA(ventral tegmental area 복측피개영역) 도파민 뉴런에 접해 있는 글루타민산염 함유 축삭말단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이를 활성화시킨다. 니코틴이 이 특수한 수용체(알파-7 함유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라 불린다)를 활성화시킬 때, 이 작용은 글루타민산염 분비를 증가시켜 VTA의 흥분을 높이고, 물론 그 결과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쾌감회로를 작동시킨다. (글루타민산염은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고 GABA는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이다)

 

마약 사용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헤로인 주사를 시도한 사람들 가운데 약 35%가 중독에 빠진다. 물론 이 비율은 코카인 흡연이나 주사의 중독 비율인 22%, 마리화나의 약 8%, 알코올의 4%에 비해 꽤 높은 수치다. 그러나 다음의 충격적인 통계 수치와 비교해보라. 담배를 시도한 사람들 중 80%가 중독자가 된다. 이 현저하게 높은 수치는 부분적으로 담배가 합법적이라는 사실, 담배로 인한 건강 및 생활의 불이익이 상당하기 하지만 헤로인보다는 훨씬 작고, 그 해악이 겉으로 드러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왜 담배 흡연은 향정신성 효과가 비교적 약한 데 반해 중독성은 그렇게 높을까? 담배는 니코틴 전달계의 AK소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빠르고 믿을 만하다. 헤로인 사용자는 주사를 맞고 약 15초 후에 강력한 황홀감에 빠지지만 그 후 몇 시간 동안은 다시 주사를 놓지 않는다. 이와 달리 흡연자는 보통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 열 모금을 빨아들이고, 하루에도 여러 개비를 피운다. 담배 한 모금은 약 15초 후에 니코틴을 쾌감회로로 전달하기 때문에 지연시간이 헤로인 정맥주사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헤로인 중독자는 하루에 두 번 강하고 빠른 도취를 경험하지만,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하루에 2백 번 약하고 빠른 도취를 경험한다.

 

흡연이나 헤로인 주사처럼 약물이 뇌에 거의 순식간에 도달하면, 가령 담배를 씹거나 아편을 먹는(피우는 것이 아닌) 경우처럼 같은 약물이 느리게 도달하는 것보다 왜 중독성이 더 높을까?

 

이 의문을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중독이 학습의 한 형태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약물을 사용할 때 구체적 행위(약물 주입이나 담배 씹기)와 그에 따라오는 쾌감 사이에 연합이 형성된다. 개를 훈련시킬 때 맛있는 간식을 보상물로 이용해 부르면 달려오게 만든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연합 학습을 위해 개를 부른 뒤 개가 달려오면 즉시 간식을 줄 것이다. 이제 (헤로인 주사처럼) 보상물을 즉시 주는 대신, (아편 섭취처럼) 30분 후에 보상물을 준다고 상상해보라. 후자의 경우 행위(부르면 달려오는 것)와 보상물의 연결은 매우 약할 것이고, 그 연합은 학습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이 비유는 헤로인 주사(한 번의 큰 쾌감)와 흡연(여러 번의 작은 쾌감)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하루에 한 번 불러서 개가 달려왔을 때 즉시 순종의 보상으로 큰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준다면, 개는 결국 부르면 달려와야 한다는 것을 학습할 것이다. 만일 하루에 20번 불러서 개가 달려왔을 때 보상으로 매번 작은 고기 조각을 준다면, 개는 훨씬 더 빨리 학습할 것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울 때 당신은 담배 연기와 쾌감 사이에 강한 연합을 만들어내도록 마음속의 개를 효과적으로 훈련시키는 셈이다.

 

--고삐 풀린 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