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마셜

팔락 2010. 4. 8. 17:53

스미스와 리카도로 대변되는 고전학파의 학자들은 재화의 가격을 노동량으로 측정하려고 했다. 노동량이 얼마나 투입되었는가에 따라 재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투하노동가치설 그리고 노동량과 교환할 수 있는 재화의 양에 따라 재화가격을 측정하고자 한 지배노동가치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고전학파의 이론들은 이렇게 공급측면만을 고려하여 가치를 규정하려다보니,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왈라스, 제본스, 맹거 등으로 대변되는 한계효용학파의 학자들은 상품의 가치를 상품에 투하된 노동량에 의해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주관적인 만족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한계효용이 교환가치를 표현하고 있다고 봄으로써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간의 관계를 밝혀냈다. 하지만 이 두 학파는 수요 혹은 공급 측면의 일면만을 강조하다 보니, 경제학의 본질적 내용인 수요, 공급, 가격 간의 일반적 관계에 대한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고전학파는 노동과 자본의 가치에 대해 자연개념에만 의존하였지만 마셜은 공급측면에도 수요측면의 한계효용 개념에 대응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라는 효율성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어떤 재화나 용역을 어느 시점까지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생산량의 마지막 단위에서 상실되는 한계비용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가격이 결정되며 또 이 시점에서 교환가치와 한계비용이 일치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마침내 생산비와 교환가치간의 괴리를 제거했다. 나아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 상호간의 반복되는 일반적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이론으로 확립했다.

이와 같이 발표자는 고전학파와 한계효용학파가 주장하는 공급중심의 체계와 수요중심의 체계를 하나의 체계로 완성했다는 점을 마셜의 공헌이라고 보고, 이를 설명함에 있어서 경제사상사적 흐름에 따라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마셜의 공헌을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공헌의 더 큰 의미는 경제학의 대상이 재화나 상품 그리고 노동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문제를 넘어 소비와 생산의 교환 및 분배의 문제가 되도록 했다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마셜의 공헌을 설명함에 있어서 사상사적 흐름에 대한 설명이 장황해지다 보니 정작 발표자가 논의하고 싶은 주된 논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힘들어 지는 것 같다. 특히, Ⅱ.2. 마셜 균형가격론에 영향을 미친 경제 이론들 부분에서 고전학파의 노동가치설은 마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스미스와 리카도가 재화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만 있다. 이러한 이론들이 마셜의 이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서론과 결론에서 마셜이 ‘실제를 충분히 설명하는 가격에 대한 최초의 연구’를 한 사람, ‘가격의 형성과 결정의 과정들을 실제와 맞게 설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우선, 마셜의 『경제학 원리』를 소개하고 있는 많은 책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마셜은 가치론과 분배이론을 통해 가격을 설명함에 있어서 때때로 지배노동가치설에 의존했다고 한다. 마셜이 지배노동가치설에 의존한 이유는 물가변동 등으로 인해 화폐가격이 진정한 가치나 실질가치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하며, 이때 가격의 척도는 지배노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마셜은 균형의 개념을 제시하면서도 이들이 현실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음을 항상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실제를 충분히 설명하는 가격에 대한 최초의 연구’를 한 사람이라는 발표자의 평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실제와 맞게 설명했다’는 말은 마치 실제가격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마셜이 제시하고 있는 수요와 공급의 일치에는 항상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라는 가정이 붙는다. 이것은 가격이 형성되는 경제체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시킨 것이며, 이것은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형성되는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셜이 가격의 형성과 결정의 과정의 체계를 이론적 측면에서 확립하기는 했지만 실제와 맞게 설명하고 있다는 발표자의 평가는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