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구 결과,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 중 평균 80%를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보통 하루 6시간 내지 12시간을 대화하는데, 그 대부분은 아는 사람과의 일대일 대화다.
런던 정경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니콜러스 에믈러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조사해 보니 80~90%가 특정인과 지인에 관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잡담인 셈이다. 개인과 관련이 없는 내용은 물론 미술, 문학, 종교, 정치 등에 관한 이야기에도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겠지만, 전체 대화 중 일부에 불과하다.
힘 있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며 지구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의 90%를 차지하는 건 사실 유명 골프 선수의 티타임이나 지인이 새로 산 포르쉐나 새로 온 비서에 관한 것이다. 과장된 통계라고 생각된다면 옆에서 들려오는 온갖 짜증나는 휴대전화 통화 소리를 생각해보라.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나 슈퍼마켓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 중에 아리스토텔레스나 양자역학, 발자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가?
또 다른 연구에서는 대화 내용의 3분의 2가 자기 이야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1%는 몸(지방 제거 수술을 받고 싶어)과 마음(시어머니 때문에 미치겠어)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는 좋아하는 것이나 계획, 그리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행동(어제 그 사람을 해고했어)에 관한 내용이다. 사실 행동은 다른 사람에 관한 대화에서 가장 큰 범주를 차지한다.
사회에서 잡담은 많은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잡담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며 정보를 이끌어내고 평판을 쌓고 사회 규범을 유지 및 이행하고 다른 개체와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 집단 내에서 지위를 높여 주기도 하고 단순히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잡담을 하면서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조언을 구하며 찬반을 표현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버지니아대학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잡담은 경찰이자 교사여서 잡담이 없으면 혼란과 무지에 빠질 것'이라고 쓰고 있다.
여자만 잡담을 하는 게 아니다. 남자는 잡담을 '정보 교환'이나 '인맥 관리'라고 부르길 좋아할 뿐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잡담을 덜 할 때는 그 자리에 여자가 있을 때뿐이다. 여자가 있으면 전체 대화 시간 중 15~20% 동안은 좀더 고상한 이야기가 오간다. 여자와 남자의 잡담에 차이가 있다면 남자는 대화 내용의 3분의 2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인 반면(내가 낚시애 걸린 물고기를 감아 올렸는데 무게가 무려~, 군대에 있을 때에~), 여자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에는 3분의 1 정도만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저번에 그 여자를 봤는데 10Kg도 더 찐 것 같더라! 네가 말한 걔 어제 봤는데 화장이 영~).
던바는 대화 내용에 관한 이러한 사실 외에도 대화 집단이 무한정 커지는 게 아니라 대부분 네 명 정도로 제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에 참석한 모임을 생각해 보라.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끼었다 빠졌다 하지만 일단 모인 사람이 네 명을 넘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둘로 나뉘는 경항이 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것은 침팬지의 털 고르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던바의 주장이다. 네 사람이 모여 대화를 하고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다른 세 사람은 듣는다. 침팬지 세계로 보자면 털 고르기를 받는 것이다.
-- 왜 인간인가 중에서/마이클 가자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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