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도덕적 행동과 위선, 자신을 속이는 행위

팔락 2012. 8. 22. 12:21

캔자스 대학의 댄 뱃슨(Dan Batson)은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뱃슨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다른 학생들(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과제를 할당할 기회를 주었다. 한 과제는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것(경품 응모권을 주는 것)이었고, 다른 과제는 응모권 같은 걸 얻을 기회도 없고 지루한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다른 참가자는 과제가 임의로 할당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참가자가 동전을 던져 과제를 할당하는 방법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고는 원하는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에게 더 좋은 과제를 할당하거나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동전을 던져 결정한 참가자는 절반에 불과했다. 동전을 던지지 않은 참가자 중 80-90%는 자신에게 더 좋은 과제를 할당했으며, 동전을 던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확률의 법칙에 어긋난 것이다. 동전을 던진 학생들은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하면서도 자신들이 동전을 던지지 않은 학생보다 도덕적이라고 평가했다.

 

수많은 연구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반복되었다. 동전을 던질 때의 임의성을 피하기 위해 동전에 라벨을 붙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참가자는 공정하게 보이기 위해 동전을 던졌지만 여전히 결과를 무시하고 스스로에게 좋은 과제를 할당함으로써 이기심을 충족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동전을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도덕적 위선이다.

 

결정한 후에는 다른 학생에게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을 때도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뱃슨의 말에 따르면 '도덕적 위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백하다.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물질적 보상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정직하고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도덕적 책임감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는 동전을 던질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동전을 던진 사람 중에서 도덕적 점수가 높은 사람이 점수가 낮은 사람보다 자신에게 더 좋은 과제를 할당할 확률은 변함이 없었다. 요컨대 '도덕적 책임감'이 더 큰 사람이 '도덕적 정직함'도 더 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도덕적 책임감이 큰 사람이 더 위선자였다. 그들은 더 도덕적으로 보일 뿐이지(동전을 던짐) '실제로' 도덕적인 것이 아니다(동전 던지기로 과제 할당을 결정하기로 함).

 

동전 던지기로 속이는 행동을 중단하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거울 앞에 앉아서 결정을 내릴 때였다(모두가 그랬다). 분명, 자기 입으로 내뱉은 도덕적 기준이 공정해야 한다는 말과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불공정하게 묵살한 행동의 불일치를 똑바로 쳐다보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도덕적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실제로도 도덕적이어야 했다. 어쩌면 우리에겐 더 많은 거울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