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메디케어에서 포괄수가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건강보험회사인 아메리칸헬스웨이(American Healthways)의 수석의료관리사 제임스 포프(James E. Pope)는 래디올로지 투데이(Radiology Today)에 기고한 글에서 포괄수가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후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그로 인해 총비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외래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이미 퇴원한 환자의 재입원율도 높아졌다. 한마디로 의료비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낮은 비용으로 같은 품질'의 서비를 받기는 커녕 '같은 비용으로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메터스키(Metersky)는 폐렴 판정을 받은 고령 환자들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여 포괄수가제 도입 결과를 낱낱이 공개했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1992년에서 1997년까지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11.9일에서 7.7일로 줄었고, 평균 입원비는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줄었다. 동시에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줄어, 사망률은 14.1%에서 12%로 내려갔다. 병원으로서 보면 대단한 발전이었다.
그러나 병원 밖의 상황은 달랐다. 퇴원 후 30일 이내에 병원 밖에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6.9%에서 9.3%로 증가했고, 재발로 인한 재입원률도 3%에서 3.7%로 올랐으며, 의료기관을 옮기는 사례도 30.3%에서 43.1%로 늘어났다. 비용과 사망률을 '아웃소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폐렴 환자의 치료비용과 치료의 질은 전체적으로 조금도 향상되지 않았다.
-- 죽은 경제학자의 망할 아이디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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