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은 그 상황에서 감정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달렸다. 사건이 중립적이거나 결론이 나지 않을 때 혹은 아직 논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는 사회적 설득이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설득적인 주장은 이성적일 수도, 이성적이 아닐 수도 있다.
논쟁자들이 정말 격한 반응을 보인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물론 정말로 격한 반응은 도덕적 문제가 걸렸을 때이다. 식사 중에 종교나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격언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격한 감정은 논쟁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미뢰를 파괴하여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로버트 라이트가 <도덕적 동물>이라는 저서에서 적었듯이, "논쟁이 시작될 즈음에는 이미 일이 다 끝난 뒤다." 이때 해석자(interpreter)가 끼어들게 되는데, 문제는 우리의 해석자는 변호사라는 점이다. 뇌는 진실을 찾는 장치가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장치다.
"뇌는 좋은 변호사와 같다. 변호해야 할 흥미로운 사건이 주어지면 그 사건에 논리적 가치가 있든, 도덕적 가치가 있든 상관하지 않고 세상에 그 가치를 설득하는 일에 착수한다. 변호사처럼 인간의 뇌도 진실이 아닌 승리를 원한다. 그리고 변호사처럼 때로는 미덕보다는 기술이 더 훌륭하기도 하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면 어떤 시점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항상 옳은 답만 제시할 수 있을까 궁금해질 것이라고 라이트는 지적한다. 우리가 진화해 온 환경을 볼 때, 우리의 도덕적 판단 장치가 항상 정확한 판단만 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이따금씩 친구와 가족을 등지고 적의 편에 설 경우 그 결과는 비참할 수 있을 것이다.
-- 왜 인간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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