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간의 공격성

팔락 2011. 6. 7. 18:11

인간의 공격성은 타고난 것일까?  이것은 대학 세미나와 그 뒤풀이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자, 모든 분야의 정치 공론가들을 흥분시키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인간의 공격 행동은 종 특이성을 띠고 있다. 근본적인 형태는 영장류의 것일지라도, 인간의 공격 행동은 다른 종의 공격 행동과 구별되는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공격성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본유성(innateness)'과 '공격성'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수준으로 다시 정의해야 할지 모른다.

 

유전자의 결백을 입증하고 인간의 공격성이 전적으로 나쁜 환경 탓이라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은 거의 대부분 평화로워 보이는 극소수의 사회를 예로 든다. 그들은 본유성이란 말이 어떤 형질이 모든 환경에서 발달할 것이라는 확실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형질이 특정한 환경에서 발달할 것이라는 측정 가능한 확률을 말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간은 분명히 공격 행동이라는 유전적 성향을 갖고 있다.

 

오늘날 가장 평화를 애호하는 부족은 어제의 파괴자였기 일쑤이고, 미래에 다시 군대와 살인자들을 배출할 것이다. 현대 쿵족의 어른 세계에서는 폭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리 오래 전도 아닌 50년전, 이 '부시맨`의 인구 밀도가 지금보다 더 높고 이들이 중앙 정부의 통제를 느슨하게 받고 있던 시기에, 그들의 1인당 살인율은 디트로이트나 휴스톤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말레이 반도의 세마이족은 더 큰 유연성을 보여준다. 평소에 그들은 공격이란 개념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죽이다에 해당하는 단어도 없으며('때리다'가 자주 사용되는 완곡 어법이다), 아이들은 매를 맞지 않고, 닭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애통한 심정으로 참수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이 비폭력의 관습을 정성들여 가르친다.

 

1950년대 초 영국 식민 정부가 공산주의 게릴라들과 전투를 벌일 세마이족 남성들을 징집했을 때, 그들은 군인이 싸우고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로버트 덴턴은 `세마이족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런 비호전적인 사람들은 결코 좋은 군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산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세마이 족 대(對) 게릴라 병사 몇 명을 살해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비폭력 사회에서 차출되었지만, 살인 명령이 떨어지자 '피에 만취되어` 광기에 휩쓸린 듯이 보였다. 전형적인 한 역전의 용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는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말레이족 병사들은 가끔 멈춰서서 사람들의 주머니를 뒤져 시계나 돈을 꺼내곤 했다. 우리는 시계나 돈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오직 살인만 생각했다. 우리는 진정으로 피에 취해 있었다.'

심지어 자기가 죽인 남자의 피를 어떻게 마셨는지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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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격성은 어둠의 천사가 일으키는 폭풍이나 야수 본능으로 설명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잔인한 환경에서 양육된 병리학적 증상도 아니다. 인간은 외부의 위협에 비합리적인 증오심으로 반응하고, 꽤 넓은 여분의 범위까지 고려하여 그 위협의 근원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인간은 사람들을 동료와 이방인으로 구분하는 성향이 있다.

 

--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