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과 이데올로기적 구호
프로페셔널리즘이 독점하는 것은 부동산, 부, 정치권력 혹은 심지어 지식에 대한 것만도 아니라, 지성적인 지식과 숙련의 규정된 본체 즉 학문의 실천에 대한 것이다. 독점이란 용어는 흔히 구호shibboleth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진정한 의미가 결여된 채 슬로건으로 쓰이는 단어이므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이를테면 프로페셔널리즘을 공격하는 데 비평가들은 독점이란 단어를 단지 우선하는 하나의 동기에 의해 지배되는 오로지 한 가지 목적에 진력한다는 뜻을 내포하면서 상투적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의 제도가 경제뿐 아니라 전문화된 지식과 숙련의 본체를 학습하고, 발전시키고, 실천하는 사회적 사업에 근거를 둔다는 점을 무시한다. 프로페셔널리즘 제도는 수련, 인증, 실천을 통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과 숙련을 창조하고 세련되게 다듬는 것을 지원하고 조직하여 학문을 조직적으로 발전시킨다. 그런 제도가 전문직의 경제적 지위에 특권을 준다지만, 비평가들은 또한 잘 짜여진 노동의 분업에서 전문직의 학문적 정합성에 특권을 준다는 사실을 거의 외면한다.
만약 대다수 대학 교수들의 경우처럼 학문의 실천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가 작을 때에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정작 그 다음 문제는 실천자들이 그들의 노동을 수행하여 삶을 꾸려가고 노동과 관련된 지식의 형식적 본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학문분야가 어떻게 제도화될 수 있는가이다. 독점은 바로 이 문제에 해답을 준다. 독점이 법률, 행정 규정, 혹은 확립된 관습 등 무엇에 의해 시행되든 이것은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자유를 제한한다. 즉 직업에 대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특정한 노동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도 아무나 고용할 수 없다. 독점은 또한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만 허용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자유를 제한한다. 그러나 여기에 막스 베버의 개념인 사회적 폐쇄social closure가 관련된다. 계급 이론의 맥락에서 가장 뛰어난 파킨(Frank Parkin 1979)과 그에 버금가는 머피(Raymond Murphy 1988)를 인용한다면, 사회적 폐쇄는 집단의 구성원에게 중요한 어떤 특징을 갖지 못한 사람을 모두 배제하는 집단의 형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특권을 말하는 독점에 비해 사회적 폐쇄는 범위가 훨씬 더 넓다. 사회적 폐쇄는 재산의 소유, 인척, 젠더, 인종, 이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다양한 기준에 근거할 수 있다. 이 폐쇄는 그 구성원에 대한 보상이 꼭 경제적일 필요는 없고 문화적, 사회적, 혹은 심리적일 수 있다. 콜린스(Collins 1979:59, 171)는 사회적 폐쇄에 의해 생긴 집단을 결사associational 혹은 의식consciousness 공동체로 부른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사회적 폐쇄는 특수한 교육증명서에 의해 입증되는 자격에 기초하며 이것이 없으면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독점’과 ‘사회적 폐쇄’는 중립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쓰이기보다 거의 항상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경제학자는 그것의 의도가 일차적으로 자유경쟁보다 가격과 자신들의 수입을 높게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독점을 소비자에 대한 분명한 공모로 간주한다. 다른 한편 사회학자는 사회적 폐쇄가 배제를 포함한다는 사실에 의거하여 불평등과 결부시킨다. 파킨(1979:71, his emphasis)은 비록 배제가 어떻게 착취적인지 혹은 배제의 모든 기준이 동일한 방법 아니면 동일한 정도로 착취적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형태의 배제는 어떤 기준에 의해 정당화되더라도 착취라고 단언한다.” 또한 머피(1988:48, my emphasis)도 배제 규약이 배제된 사람을 지배하는 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혹은 상이한 규약이 지배의 상이한 종류와 정도를 어떻게 초래하는지의 여부를 논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배제 규약이 본질적으로 지배의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보우만(Bauman 1987:19-20)은 푸코의 논식에 따라 지배를 사람들이 충고와 도움을 구할 때 의지하게 되는 전문가의 지위와 동일하게 생각한다. 위의 모든 경우에 가정된 의도는 지배 혹은 착취이다.
이런 비난을 평가하는 데 유념할 것은 오로지 의사, 법률가, 그리고 공인회계사에게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 비난은 또한 대학 교수와 과학자에게도 적용시킨다. 이들은 적절한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만 실천하고 가르치는 것을 국한시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공모로 비난될 수 있다. 대학의 자리에 자격이 없는 사람을 배제함으로써 폐쇄는 가르치는 자유를 제한한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어는 그들이 별난 이유를 들어 가르치기를 원해도 허용하지 않는다. 학자들의 목적이 일자리와 경제적 보상을 독점하는 것이므로 그들도 역시 공모, 지배 그리고 착취한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적 사익이 인간의 동기를 지배한다는 가정은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다. 베버(Max Weber, 1978:1000)는 그가 살았던 당시에 이미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는데, 그는 독일의 부르주아들이 교육자격증에 보이는 관심과 요구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교육에 대한 열망’보다는 그 자격증이 보장하는 수지맞는 직업들이 그 동기일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1) 그는 확실히 그런 학생을 Brotstudenten(속물)로 여겼을 것이다. 즉 이것은 그 시대에 교육의 타당한 목표로 삼은 Bildung(교양 교육)에 몰두하는 대학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그들을 빗대어 유행하던 별명이었다. 그런 비난은 독점과 배타적 회원제의 목적이 노동을 수행하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전문직 이데올로기의 반격을 받는다. 그 기준은 반드시 훌륭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자문을 구하고 고용하는 사람이 학문분야의 업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확신시킬 정도는 되어야 한다. 실제로 모든 노동자처럼 전문직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족할만한 삶을 꾸리는 데 경제적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삶이란 전문직마다 같지 않다. 그러나 전문직 이데올로기는 또한 노동의 질에도 일차적 관심을 갖고 몰두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런 현상은 다른 어느 곳보다 더한 미국의 대학 교수직에게서 분명히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곳에서 그들은 강력한 경제적 압력을 피할 수 없다. 교수들은 자신들과 간접적으로 관계있는 학생들의 등록 여부에 걱정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행정관리자가 종종 하소연을 늘어놓을 때조차 자신들의 일차적 관심인 이론, 개념과 자료 그리고 수입과 관계가 없고 자기들끼리 돌려보는 저널에 실릴 논문에 신경을 더 쓴다. 더욱이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교수들은 때때로 소비자인 학생 수를 늘리기보다 줄이기 위해 기준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종종 자신들의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한다.2) 역설적이지만 통상적인 시장에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수입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비난을 받는다.
아무튼 아주 흥미롭게도 전문가의 동기를 맨 처음 의심한 사람은 탁월한 신자유주의 이론가인 밀턴 프리드만이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보다 기술적 효율성에 대한 부적절한 선호로 간단히 처리했지만, 실천의 완결성과 질에 대한 관심이 독점에 대한 전문직의 노력으로 나타났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뚜렷하게 인식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 생각한대로, 노동의 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은 실제로 사익을 감추는 단순한 합리화라고 결론 내렸다(Milton Friedman 1962:153). 그러나 나는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평가하는 데 두 가지 목적이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련에 기반을 둔 사회적 폐쇄를 확립하고 지속시킴으로써 노동의 질을 유지 및 개선하는 중요성은 결코 거부될 수 없다.
출처: 프로페셜널리즘 285p~289p
프로페셔널리즘 자체를 방어하기 위해, 프로페셔널리즘은 보통 불쾌한 사실로 생각되는 것에 설득력 있게 대항하고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를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실들 가운데 하나는 프로페셔널리즘 제도의 가장 중요한 점 즉 반드시 방어되어야 하는 핵심은 경제적 특권이다. 특권에 대한 주장은 지난날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중심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핵심적이다. 특권은 시장에서 특정한 종류의 노동을 수행하는 배타적 권리에 대한 독점을 지키고 그럼으로써 노동시장의 보호막을 만든다. 그런 보호막을 지속시키는 사회적 기구는 전문직업적으로 통제된 수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입증하는 자격증명서이다. 독점과 자격증주의는 프로페셔널리즘의 경제적 특권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같은 책: 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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