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통제에 대한 욕구

팔락 2010. 8. 26. 18:16

 

 미래를 전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뇌는 고집스럽게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우리의 뇌가 고집스레 미래를 상상하려 애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통제력을 행사하는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통제력을 통해 얻는 미래 때문이 아니라, 뭔가 통제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무언가에 변화를 일으키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유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

 

 인간은 통제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고, 그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살아가는 동안 그 어느 한 시점에서라도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간은 불행하고 무력하며 희망도 없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따금 그 이유 때문에 죽기도 한다.

 

 연구를 위해 심리학자들이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그들이 기를 수 있는 화초를 주었다. 그들 가운데 절반에게는 그 화초를 돌보고 영양을 공급하는 일을 노인들이 스스로 하게 했고(높은 통제 집단), 나머지 노인들에게는 그 화초를 기르는 일에 직원 한 명을 투입할 것이다고 통보했다(낮은 통제 집단). 6개월 후 낮은 통제 집단은 30%가 사망한 반면, 높은 통제 집단은 15%가 사망했다. 더불어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연구가 끝난 후 몇 개월 후 높은 통제 집단의 노인 중에서 많은 수의 사람이 사망했다는 유감스러운 소식이 온 것이다. 이유는, 통제력을 부여받아 스스로 결정하면서 유익을 얻었던 사람들은 연구가 종료되자 갑자기 통제력을 빼앗긴 셈이 되었던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통제력을 얻는 것은 한 사람의 건강과 안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처음부터 통제력이 없었던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통제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는 상당히 강력할 뿐 아니라 통제력이 있다는 느낌은 매우 뿌듯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복권 숫자를 자신이 정할 때 더욱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믿으며, 주사위 게임에서도 자신이 직접 주사위를 던질 때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은 이미 던져진 알 수 없는 숫자 보다는 아직 던지지 않은 주사위에 더 많은 돈을 건다.

 

 통제력에 대한 착각의 가장 이상한 점은 이런 환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착각이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인 이득이 진정한 통제력이 주는 이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자신의 통제력에 대해 크게 착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임상적으로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성향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눈앞의 현상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보통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일부 학자는 정신건강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로 심리적 통제감(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할지라도)을 서슴없이 꼽는다. 따라서 "우리는 왜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의 기막힌 정답은 바로 통제를 통해 우리가 즐거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