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심리학 신화의 10가지 원천(2)

팔락 2010. 7. 31. 15:54

 

4. 존재하지 않는 상관관계로부터 인과관계를 추론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 자연히 두 사건을 인과관계로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심리학에서는 흔히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A라는 변수와 B라는 변수가 상관된다면, 세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다. 첫째, A가 B의 원인. 둘째, B가 A의 원인. 셋째, 제 3의 변수인 C가 A와 B 모두의 원인.

 

 세 번째 경우에 `제3변수의 문제`가 생긴다. C라는 제3변수가 A와 B의 관계에 기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관찰자는 C변수를 측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C의 존재를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동기에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가학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많은 연구자들은 두 사건의 관계를 두고, `아동기 신체적 학대(A)`가 `성인기 공격성(B)`의 원인이라고 해석해왔다. 이런 해석을 `폭력의 악순환` 가설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B가 A보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B가 A의 원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제3변수 C가 A와 B를 모두 설명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이 경우 가능성 있는 제3변수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공격성이다. 자녀를 학대한 부모는 대개 유전적 공격성을 타고났을 뿐 아니라, 그 유전자를 자녀에게 물려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공격성은 일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중요한 사실은 두 변수가 상관된다고 해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추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 `post hoc, ergo propter hoc`추론

 

 `post hoc, ergo propter hoc`이란 라틴어로 `이후에, 그러므로 이 때문에`라는 뜻이다. 흔히 A가 B보다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A가 B의 원인이라고 비약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먼저 일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원인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연쇄살인범이 어릴 때 시리얼을 먹었다고 해서, `시리얼을 먹으면 어른이 되서 연쇄살인범이 된다`고 추론할 순 없다. 우울증을 앓던 사람이 허브요법을 받은 직후에 우울증에서 조금 회복되었다고 해서, 허브요법이 우울증 극복에 기여했다고 볼 순 없다. 우울증 증세가 좋아진 그 즈음에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다른 사건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위약 효과)일 수 있다.

 

6. 왜곡된 표본집단에 국한된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

 

 우리는 각종 매체나 일상생활을 통해 심리학에서 `편파 표본`이라 부르는, 무작위가 아닌 집단에 자주 노츨된다. 예를 들어 TV에서는 심각한 정신장애 환자의 약 75%를 폭력적으로 그리지만, 실제 심각한 정신장애 환자 가운데 폭력적인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대중 매체의 왜곡으로 인해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그 밖의 심각한 정신장애 환자들이 `폭력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심리치료자는 거의 하루 종일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 즉 대표성을 띠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특히 이런 오해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심리치료자들은 `혼자 힘으로 금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흡연자가 심리치료 없이도 금연에 성공했다. 통계학자 패트리샤와 제이콥 코헨은 이런 현상을 `임상의의 착각`이라고 불렀다. 현장의 임상의들은 만성환자들만 자주 보기 때문에 심리문제를 지나치게 부풀려서 생각하기 쉽다. 흡연자를 치료하는 임상의는 혼자서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만 만나기 때문에, 심리치료 없이 금연에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혼자서 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7. 대표성 추론의 함정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유사성을 보고 두 사건의 유사성을 쉽게 평가하고 만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한다. `대표성`이란 두 사건이 서로를 `대표하는` 정도를 보고 두 사건 사이의 유사성을 추정한다는 뜻이다. `휴리스틱`이란 일종의 단순 추론법으로, 경험에 근거해 지름길을 선택하는 방법을 말한다.

 

 다른 추론법과 마찬가지로 대표성 휴리스틱은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사고법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복면한 사람이 총을 들고 은행에서 튀어나온다면 재빨리 피한다. 총을 든 남자란 평소 TV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은행강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저 장난에 불과하거나 영화 촬영중일 수도 있지만, 뒤늦게 후회하기보다는 미리 조심하는 편이 낫다. 이럴 때는 정신적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대표성 휴리스틱을 적용할 때가 있다. 겉으로 비슷하게 보인다고 해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함부로 이런 방법을 적용하다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필적학자들은 글자와 글자 사이를 띄우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도 거리를 두는 편이라거나 `t`나 `f`같은 글자를 쓸 때 채찍 모양으로 선을 긋는 사람은 가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없다.

 

 또 하나의 예는 정신과 상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화 그리기를 들 수 있다. 유명한 인물화 검사인 DPT(Draw-a-Person Test)에서는 피검자에게 마음대로 사람을 그리게 한 후 눈을 크게 그린 사람은 편집증 성향이 있고, 머리를 크게 그린 사람은 자기애 성향이 강하며, 넥타이를 길게 그린 사람은 과도하게 성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는 없다.

 

 투사심리 검사법으로 알려진 로르샤흐 검사법(Rorschach Test ; 반으로 접혀지는 잉크 반점 검사)도 심리 분석이나 진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