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리학 교과서에 따르면, 인간의 감각계는 1초마다 1,100만 비트의 정보를 뇌로 보낸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이 실제로 다룰 수 있는 정보량은 1초에 16-50비트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차단되거나 무의식에서 처리하게 되며, 정보의 가치가 높은 것만이 선별적으로 의식에 전달된다. 이런 원리는 우리의 감각계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적용된다.
진화가 인간에게 무의식을 갖추어준 까닭은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하는 세상에서 생존할 때 무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각적 인식, 기억 회상, 일상적인 결정, 판단, 활동은 언뜻 아무런 노력 없이도 가능한 것처첨 보이지만, 사실은 자각의 바깥에서 기능하는 뇌 영역이 대신 노력을 기울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뮌스터베르크가 주장한 기억의 실제 작동방식
1. 사람들은 사건의 일반적인 요지는 잘 기억하지만 세부는 기억하지 못한다.
2. 기억에 없는 세부를 억지로 회상해야 한다면, 설령 선한 의도로 정확하게 떠올리려고 진심으로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부지불식간에 이야기를 지어내어 빈틈을 메운다.
3.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을 믿는다.
무의식과 감각
무의식은 감각이 제공하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받아서 빈틈을 메우고, 그 인식을 의식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어떤 장면을 볼 때 사진처럼 선명하고 윤곽이 뚜렷한 그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림의 작은 일부만 뚜렷할 뿐이고 나머지는 의식 아래의 뇌가 마음대로 그려낸 것이다.
뇌는 기억에도 그런 기교를 쓴다. 우리에게 인간의 기억체계를 설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많은 데이터를 튕겨내고서 인출할 때 마구 꾸며내는 과정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개의 경우에 충분히 잘 먹힌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종은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화과정에서 완벽함은 포기되어도 괜찮지만, 충분함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겸손과 감사의 교훈을 배운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제아무리 굳게 믿는 기억이라도 충분히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우리가 기억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을, 또한 모든 기억을 보유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사해야 한다. 의식적 기억과 인식은 무의식에 깊게 의존함으로써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 새로운 무의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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