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펩시 역설

팔락 2015. 4. 8. 15:17

뇌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맛과 같은 감각신호가 감각기관에서 뇌 영역으로 전달되면 우리는 그 신호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의 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설령 자각은 없을지라도, 우리는 차가운 와인을 혀에서 굴릴 때 그 화확적 조성만이 아니라 가격까지 맛본다.

 

이런 효과는 코크-펩시 전쟁에서도 드러났는데, 여기에서는 상표가 문제였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펩시 역설'이라고 불린 효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펩시콜라가 일관되게 코가콜라(코크)를 누르지만 사람들이 상표를 알고 마실 때는 코크를 선호하는 현상이다. 그동안 이 현상에 대한 갖가지 설명이 쏟아졌고, 그중 가장 분명한 이론은 상표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 뇌 영상 연구들은 우리가 친숙한 상표의 제품을 떠올릴 때 아늑하고 몽롱한 느낌을 경험하게 하는 장소가 안와전두엽피질 옆의 복내측 전전두피질(VMPC,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2007년 과학자들은 뇌 스캔 결과 VMPC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과 VMPC가 건강한 사람들로 각각 피혐자 집단을 꾸려서 실험해보았다. 예상대로, VMPC가 정상이든 손상되었든 음료의 상표를 모를 때는 모든 사람들이 코크보다 펩시를 선호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뇌가 건강한 사람들은 상표를 알고 나서는 선호를 바꾸었다. 그러나 VMPC가 손상된 사람들 - 뇌의 '상표 인식'이 손상된 사람들 -은 선호를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상표를 알든 모르든 펩시를 더 좋아했다. 상표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아늑하고 몽롱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없다면 펩시 역설도 없다.

- 새로운 무의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