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 발달적 관점을 취해야 하며 그 과정은 크게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진보 유전자와 보수 유전자
최근 과학자들은 호주인 1만 3000명의 DNA를 분석한 끝에,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차이를 보이는 몇 가지 유전자를 발견해낼 수 있었다. 이 유전자의 대부분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그중에서도 특히 글루타메이트및 세로토닌과 큰 연관이 있었고, 이 두 물질은 모두 뇌의 위협 및 두려움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에 비해 위험신호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러한 위험 신호에는 세균과 오염의 위협은 물론 백색소음의 급작스런 방출 등 낮은 수준의 위협까지도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진보 및 보수의 차이와 관련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용체 관련 유전자를 언급하는 연구들도 있다. 도파민은 오래전부터 자극 추구, 경험의 열린 수용 같은 특징들과도 연관되어왔는데, 이 같은 특징들은 진보주의와의 상관성이 그 무엇보다 뚜렷이 입증된 것으로 손꼽힌다.
즉, 유전자의 (집단적) 작용으로 어떤 사람들은 위협에 더(혹은 덜) 반응하는 뇌를 갖게 되고, 그런 뇌를 가진 사람들은 참신성, 변화,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즐거움을 덜(혹은 더) 느낀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구별할 때 일관되게 발견되는 주된 성격적 요소에 해당한다.
2단계; 타고난 특성에 따라 다른 길을 걷는 아동기
심리학자 댄 맥애덤스(Dan McAdams)에 따르면 개인의 성격에도 세 가지의 서로 다는 차원이 있다. 우리의 성격에서 가장 저차원을 이루는 부분은'기질적 특성'이라는 것으로서, 개개인의 성격에서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위협에 대한 민감성, 새로움의 추구, 외향성, 성실성 등이 이러한 기질적 특성에 해당한다.
기질적 특성은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정신 모듈이 아니라 이는 누구나 갖고 있는 뇌 체계이지만 다이얼이 저마다 다른 숫자에 맞춰져 있어 서로 다는 기질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둘은 한 집에서 살며 함께 자랐다. 엄마의 자궁에 있던 아홉 달 동안 남자아이의 유전자는 열심히 뇌를 만들어냈는데, 그 뇌는 위협에 대한 민감성은 평균을 약간 웃돌았던 반면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기쁨을 느끼는 성향은 평균을 약간 밑돌았다. 한편 여자아이의 유전자는 이와 정반대 구조를 가진 뇌를 열심히 만들어냈다.
한 집에서 자라고 똑같은 학교를 다녔어도, 쌍둥이 남매는 차츰차츰 자기들 손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여성이 성인이 되어 진보주의자를 자처할 경우 그들에게는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들에게서 듣는 평가가 따로 있다고 한다. 즉, 이들은 대체로 자극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경향이 일치하는 특성들을 보인다. 나중에 커서 진보주의자가 되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언변이 좋으며 자립적이지만,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공격적이며, 순종이나 단정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성격을 구성하는 두 번째 차원은 이른바 '성격적 적응'이다. 우리의 성장 과정 동안 나타나는 특성들이 이러한 성격적 적응에 해당한다. 이것들을 적응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사람들이 살면서 피치 못하게 만나는 특정 환경이나 도전에 대한 반응으로 이러한 특성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쌍둥이 남매의 사춘기 시절을 따라가 보자.
논의 전개상 이 둘은 상당히 엄격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학교에 다녔다고 가정한다. 남동생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만, 누나는 선생님들과 걸핏하면 부딪힌다. 누나는 화를 잘 내는 성향을 갖게 되고, 사람들과도 담을 쌓고 지낸다. 이런 방식은 이제 누나 성격의 일부가 되지만(바로 이것이 성격적 적응이다), 더 진보적이고 덜 갑갑한 학교에 갔다면 누나가 이런 성격을 갖는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3단계; 내 삶의 이야기 만들기
인간의 마음은 이야기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이지, 논리를 처리하는 프로세서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든 좋은 이야기를 사랑하며, 문화는 어느 곳에서든 어린아이들에게 이야기 세례를 퍼붓는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이야기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이러한 '삶의 서사'들이 몯 맥애덤스가 말하는 성격의 세 번째 차원을 이룬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 성격의 두 가지 저차원을 설문지와 반응시간 측정으로 평가해) 양적인 정보를 얻어서 그것을 좀 더 질적인 이해, 즉 사람들이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서사와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들은 반드시 참이지는 않다. 이 이야기들에서는 과거가 단순화되고 선별되기 마련이며, 자신이 바라는 바람직한 미래상과 연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서사가 어느 정도는 사후 조작인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들의 행동, 인간관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삶의 서사들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들만의 신앙심과 도덕적 믿음을 키워왔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보수주의자들은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권위자에 대한 존경, 집단과의 유대, 자아의 정화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진보주의자들은 인간적인 고통과 사회적 공평성의 문제가 마음 깊이 와 닿았음을 강조했다.
-- 바른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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