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고혈압 기준

팔락 2013. 12. 26. 11:38

미국고혈압가이드라인 'JNC8',무슨 내용 담겼나?

세계적 트랜드 140/90mmHg로 통일…의사 판단 더 존중

 

미국 고혈압가이드라인인 'JNC8' 보고서가 최근 JAMA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됐다.

 

미국국립보건원(NIH) 고혈압합동위원회(JNC)가 발표한 JNC8(2014 Evidence-Based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High Blood Pressure in Adults;근거에 기반을 둔 성인에서의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전문의 17명이 참여해 만든 것으로 2003년 미국폐혈액심장연구소(NLBHI)가 'JNC7'을 발표한 지 10년만에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해 유럽과 한국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고혈압 기준과 치료패턴이 통일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줘 국내 전문가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

 

JNC8, 60세 이상 고혈압 기준 150/90mmHg으로

JAMA에 발표된 JNC8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없는 60세 이상 연령층의 고혈압 기준이 종전의 140/90mmHg에서 150/90mmHg으로 완화했다. 이는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150mmHg, 이완기혈압이 90mmHg가 넘어야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령에 상관없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있건 없건 고혈압 기준은 140/90mmHg을 유지토록 했다.

 

수잔 오파릴 JNC 공동위원장은 이번 JNC8 보고서와 관련 "지난 30년간 발표된 고혈압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번에 새로운 지침을 만들게 됐다"며 "그동안 전문가들은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의 임상연구결과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기준 혈압이 60세 이상 노인환자를 제외하고 140/90mmHg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JNC7에서 JNC8로 업그레이드…무엇이 바뀌었나?

JNC8은 JNC7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가이드라인이 JNC8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확실한 것만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60세 이상만 150/90mmHg로 정함), 부정확한 것은 임상의사들에게 모두 맡겼다는 것. 또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있어도 임상적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것은 모두 140/90mmHg으로 묶어뒀다는 것.

 

또 미국은 그동안 1차 치료제로 이뇨제만 고집을 했는데, JNC8에서는 티아지드(thiazide)계열의 이뇨제 이외에도 ACE1(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ARB(안지오텐신 수용체2 차단제)·CCB(칼슘채널차단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1차 치료제로 여려 계열의 약을 쓰도록 하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JNC8에서는 베타차단제를 모두 제외시킨 것도 눈에 띈다. 다른 약제보다 심혈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임상근거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 박정배 교수(제일병원 심혈관내과)는 "JNC8에서는 임상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기준혈압을 정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나머지 논란이 있거나 임상적으로 부정확한 것은 모두 140/90mmHg으로 묶어뒀다"며 "이는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럽·한국·미국의 가이드라인, 같거나 혹은 다른 것

이번 JNC8 보고서는 유럽고혈압학회(ESH)와 대한고혈압학회(KSH)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먼저 JNC8에서는 1차 치료제로 베타차단제를 모두 제외시켰는데, 한국은 베타차단제를 포함시켰다. 반면 한국의 가이드라인에 많은 영향을 준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베타차단제가 제외됐다.

 

이와 관련 대한고혈압학회 관계자는 "베타차단제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쓰일 수 있다"고 밝힌 뒤 "다만, 아테놀롤(atenolol)의 경우는 다른 베타차단제와 차이가 있지만 이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1차 치료제에 베타차단제를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아테놀롤 성분의 경우는 간접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

 

JNC8에서도 베타차단제를 제외한 이유는 다른 약제보다 심혈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근거가 반영됐기 때문인데, 특히 베타차단제는 ARB보다 심혈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임상연구결과가 발표돼 1차 치료제에서 제외시켰음을 강조했다.

 

이밖에 대한고혈압학회는 ARB와 ACEI의 병용요법은 부작용만 증가시킨다는 임상연구결과를 반영해 병용요법을 금지시켰으며, 이뇨제와 베타차단제를 병용할 때 환자의 당뇨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ARB와 ACEI의 병용요법 금기는 JNC8에서도 금기시켰다.

 

전세계적으로 기준혈압 '140/90mmHg'로 통일

미국은 이번에 60세 이상에서는 150/90mmHg을 적용하는 것으로 했지만, 유럽과 한국, 그리고 미국 모두 일반적인 고혈압 치료기준을 140/90mmHg으로 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럽과 유럽의 것을 인용한 한국은 140/90mmHg을 기준으로 하면서 다양한 고혈압환자군을 분류한 것이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통일된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유럽·한국·미국은 혈압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약물요법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았는데, 이는 혈압이 높아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으면 약물요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ESH는 예전에는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고위험인자가 있으면 생활습관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만성신부전·심혈관 위험등의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낮은 목표혈압을 위해 약물요법은 쓰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KSH도 최근 개정한 가이드라인에서 유럽 가이드라인의 변경사항을 반영해 연령에 따른 고른 혈압약 선택기준을 삭제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JNC8은 당뇨병과 신장질환이 있어도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140/90mmHg에 근거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혈압은 정상수치를 유지할 때 건강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생각돼 왔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이와 관련 박정배 교수는 "예전에는 고위험고혈압군은 혈압을 많이 떨어지게 하는 것이 이슈였는데, 최근에는 당뇨병·신장질환이 있어도 혈압기준이 140/90mmHg로 조정되다보니 치료제를 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 미국, 한국의 가이드라인 개정을 보면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의사의 판단 여부에 따라 고혈압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존중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목표혈압을 140/90mmHg로 권고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에 발표된 ACCORD 연구결과"라며 "이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당뇨병, 신장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이 130/80mmHg에서 위험도와 관계없이 140/80~90mmHg로 권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뇨·신장질환자들, 고혈압약 줄면서 부담 줄어들 듯

고혈압 치료기준의 세계적 트랜드가 130/80mmHg에서 140/90mmHg로 변하면서 고혈압 약을 처방하는 패턴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고위험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약을 처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유럽·미국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개정돼 환자들이 고혈압약에 대한 비용과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뇨병·신장질환자들은 평소에 복용하고 있는 약이 많아 걱정인데, 고혈압 약의 복용시기가 늦춰질 경우 비용적인 부담도 줄고, 고혈압 약을 복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수잔 오파릴 JNC 공동위원장은 "이번 JNC8은 노인들이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는데, 고혈압약을 복용했을 때 따르는 약물 상요작용의 위험성도 크다는 사실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개정됨으로 인해 고혈압약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차 치료제에서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러한 경향은 2~3년전부터 임상현장에서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