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숨기는 원격의료 진실 10가지
보건의료 단체연합, 10문10답 발표…비용ㆍ안정성 지적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방침과 관련, 보건의료인들이 문답 형식으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주목된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 단체연합)은 20일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을 발표했다.
보건의료 단체연합은 10문 10답을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비용과 안정성 문제, 원격의료와 건강생활 서비스 법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묻고, 원격의료는 IT재벌과 대기업들의 의료공공성을 침해하는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 개인이 지불해야 할 의료비 개인부담은 높아지는 반면, 치료 효과에 대한 안정성과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원격의료를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보건의료 단체연합은 정부가 원격의료 대상자라고 지적하고 있는 만성질환, 장애인, 도서 산간, 벽지 등의 시민들에게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원격의료가 대안 아니라 공공의료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보건의료 단체연합이 원격의료와 관련해 마련한 10문10답이다. 관련 자료는 보건의료 단체연합 홈페이지에서도 다운 받을 수 있다.
1. 원격의료를 하면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환자들은 더 편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 기술이 정말 더 발달해서 원격으로 진료를 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병원에 덜 갈 수 있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안전하지 않아 결국은 병원에 가야 한다. 치료 안전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도 지금 한국정부가 계획하는 것처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사 안전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현재 정부가 원격의료가 필요한 사람들로 선정한 노인, 장애인 등은 컴퓨터 사용이나 원격진료 단말기 사용이 더 불편할 수도 있으며, 기계 오작동이나 고장 시 이를 고치는데 시간이 더 많이 든다. 꼭 필요한 건강 정보가 이용 중에 삭제되거나 분실될 위험도 있으며, 개인 건강 정보가 원격진료 와중에 제3자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2. 원격의료를 통해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가 더 싸지는 것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가 원격의료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신망이 잘 보급돼 있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비용이 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각 가정에서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돈만 하더라도 최소 100~1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정용 프린터만 해도 프린트 기계값보다 토너값이 더 들기 때문에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비용보다 유지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게다가 원격의료 진료비는 별도다. 벌써 재벌과 병원들은 원격의료 진료비를 높게 책정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미 SKT, KT, 삼성전자 등 IT기업들은 대형병원과 손잡고 원격의료의 기반이 되는 유헬스 사업에 수백, 수 천 억 원을 투자했고 투자할 예정이다. 재벌들은 이 투자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고스란히 국민들 주머니에서 빼내갈 것이다.
3.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와 도서ㆍ산간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래도 필요한 제도 아닌가?
꼭 그렇지 않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한 지속적인 상담과 합병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단순히 혈당수치와 혈압 등의 데이터 전송만으로 원격으로만 처방 하게 되면 약물 조절에만 의존하게 된다.
전송되는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지, 이를 근거로 처방내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문제이며, 원격의료는 위험스러운 합병증을 놓치거나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만성질환환자들의 약물의존도만 더욱 높일 것이다.
병원이 없는 도서ㆍ산간지역 주민들도 약물치료 외에 건강관리 및 다양한 건강상담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운영할 돈이 있다면 병원이 없는 도서ㆍ산간지역에 우선 병원부터 짓고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4. 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건강(생활)관리서비스’라는 것도 같이 하면 좋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제도인가?
‘건강(생활)관리서비스’는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상담, 교육, 식이 및 운동처방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관리해야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도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 일부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별도로 돈 받고 파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병원이 만성질환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별도의 상품으로 만들어 돈 없으면 상담도 교육도 못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영상이나 음성 등을 통해 원격으로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곧바로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지고,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만성질환 상담, 교육 등도 돈 내고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5. 그렇다면 삼성이나 LGU, SKT, KT 같은 재벌들은 왜 원격의료를 찬성하나?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이유가 재벌 IT기업들이 의료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IT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원격의료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던 원격의료 도입 추진세력이기도 하다. 그 동안 호황을 누렸던 핸드폰, 통신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이 필요해진 재벌 IT 기업들이 이른바 ‘건강관리’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이것이 바로 원격의료와 건강(생활)관리서비스다.
재벌 IT기업들이 요구하는 원격의료는 단지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진료’ 만이 아니다. 원격의료에는 의료기기 판매사업, 의약품 조제와 배송, 만성질환 및 건강관리를 빙자한 고가의 건강검진 상품화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개인질병정보를 민간기업들이 수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돼 삼성생명과 같은 민간보험회사를 가진 재벌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6. 선진국인 미국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미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병원이 들어서기 너무 어려운 지역, 즉 네바다주나 알래스카 등 사막이나 극지방 지역이나 전쟁으로 해외에 파병되어 있는 초소 근무 군인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원격의료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진료비가 너무 비싸 일부 보험회사와 기업들이 의사진료 대신 상대적으로 싼 원격의료라도 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어 국민총생산의 1/6을 의료비에 쓰면서도 보험증이 아예 없는 사람이 5,000만 명이나 되는 나라다.
미국의 여러 사회 제도 중 가장 따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의료제도다. 선진국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의 의료제도는 최악으로 알려져 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원격의료를 조금이라도 시행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은 원격의료를 도입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지, 결코 도입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7. 무상의료를 하고 있는 유럽국가 및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원격의료를 하고 있나?
유럽 국가 중에서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나라들이 있지만, EU 대부분이 높은 공공병원 비중과 무상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더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무상의료제도의 보완적 성격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대규모 원격의료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원격의료가 활성화 된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주로 북극에 가까운 의료취약지역에서 국가기관 및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법적으로 원격의료를 규제하고 있거나, 개인정보보호, 의료사고와 관련된 책임소재규정 등의 문제로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이 많아 시범사업만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격지 의사가 현지 의사의 진찰을 지원하는 것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처방 등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의료분야가 아니라 노인들을 위한 복지 지원 제도로 실시된 바 있으나, 이마저도 시스템 구축 비용의 부담문제로 실제로 작동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8. 원격조제가 이뤄지면 약국을 안가도 돼서 편리하다는데, 약값 부담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
원격의료가 일부 시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원격조제도 일부 허용되고 있다. 원격조제가 허용되다 보니 의약품 배송기업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약을 배달 받으면 편리하고 가격도 싸진다고 홍보됐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약값은 더 들고 의약품 사고가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대형 기업들이 약을 직접 조제ㆍ배송 하다 보니 약값이 더 싼 복제약(제네릭) 보다는 리베이트를 많이 받는 비싼 약을 위주로 조제하기도 한다. 게다가 원격조제는 문서로만 복용방법이나 흡입제나 외용제 사용법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약의 용법이나 용량 등에 오류가 생겨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원격조제회사의 경우 대량으로 조제를 하다 보니 조제오류가 많이 발생한다. 의약품 배송에서 약이 바뀌는 사고도 발생해 환자 생명에 위협이 되기도 하며, 더 많은 약을 판매하기 위해 과잉 투약하거나 약의 오남용도 훨씬 늘어날 수 있다.
9. 그런데 왜 정부에서는 자꾸 원격의료를 하려고 하나?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오히려 의료비를 상승시킬 것이고 아직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해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꼭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창조경제’ 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 해 줄지 몰라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민영화된 의료제도를 안겨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의료호텔(메디텔) 허용, 영리병원허용 재추진, 원격의료 허용, 미국식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추진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려 한다. 복지공약은 하나도 안 지키면서 대기업과 대형병원들 좋은 일만 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0. 원격의료를 반대한다면 대면진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은 어떤 것이 있나?
공공의료 부족 문제를 원격진료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는 원격의료로 재벌에 퍼줄 돈으로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 높여야 한다. 돈벌이 중심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중진 시키고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평범한 국민 모두의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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