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진정한 계몽주의자

팔락 2010. 4. 8. 16:31

계몽주의자의 태도와 자칭 예언자라는 이들의 태도를 표면적으로 구분해주는게 무엇이까? 그것은 언어다.

계몽주의 사상가는 최대한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대스승이다. 그에게 동조하지않는다 해도,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를 존경할 수 밖에 없다. 항상 명확하고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 단순한 언어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진정한 계몽주의 사상가, 진정한 합리주의자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원치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확신시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야기 하는 내내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지적 자주성을 충분히 존중하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를 두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디.

설득을 하느니 반론을, 그것도 가능하면 합리적이고 잘 다듬어진 형태의 비판을 유도할 것이다. 설득보다는 상대방을 자극하여 자주적 의견을 형성할 것을 요구한다.

자주적 의견의 형성은 계몽주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를 진리에 더 근접하게 해줄뿐 아니라, 자주적 의견은 그 자체로 존중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견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더라도 어쨌든 나름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계몽주의 사상가가 상대방을 유도하거나 상대의 동조를 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논리 그리고 어쩌면 수학까지 포함한 좁은 분야 외에는 어떤 것도 백퍼센트 확증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칼 포퍼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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