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합리주의라 할 때는 데카르트 같은 철학 이론을 말하는게 아니다. `인간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존재`라는 철저하게 비이성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이성이나 합리주의를 논할 때는 오직,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실수와 오류에 대한 타인의 비판을 통해, 그리고 나아가 자기비판을 통해 `학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합리주의자는 한마디로,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다른 이에게서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나아가 남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에 대한 남의 비판을 쾌히 받아들이고 남의 생각을 신중히 비판함으로써 타인에게서 기꺼이 배울 의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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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적 태도란 다음과 같다.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 진리에 가까이 가는 것이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 논의가 끝날 때쯤 우리 모두 이 문제를 전보다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기를 바라자.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둘 때에만 우리는 토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합리주의다.
-- 칼 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