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역사 속 한의학의 위치

팔락 2012. 10. 26. 12:23

#. 한의학은 도대체 무엇인가?

 

병들지 않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체에 병이 발생한 후, 생겨날 수 있는 고통과 위해(危害)를 없애기 위해, 인류는 의학(醫學)을 만들었다.

인류를 위해 일(奉仕)하는 의학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발전 형태를 거쳤다.

 

1. 본능의학(本能医学)

인류 초기에는 일찍이, 야생동물처럼 스스로의 생존본능에 의거하여 질병을 정복하였다. 사람들은 어떤 부분이 몹시 뜨겁다고 느껴질 때, 시원한 물체를 이용해 아픈 곳(患部)을 “냉각(冷却)”시키려 했을 것이며, 또한 일부 통증을 눌러서 완화시킬 수 있다고 느꼈을 때에는 손이나 돌, 혹은 다른 어떤 물건을 이용하여 통증부위를 눌러놓으려 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이러한 시도를 거친 후, 효과를 발휘한 몇몇 방법은 정착되었는데, 바로 이것이 본능의학(本能醫學)을 발생시켰다.

 

2. 주술의학(巫醫)

질병 현상은 본래, 흔히 보는 자연 현상이다. 그러나 초기 인류는 결코 이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바로 여기에서 질병의 곤혹(困惑)과 공포(恐惧)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곤혹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기의 지혜로운 자(智者)들은 일찍이 제사를 드리고 기도한다든가 아니면 무당의 술법(巫術)을 통해 시도해 보았는가 하면, 일부 초자연적 힘으로써 질병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활동과 질병의 자연치유(spontaneous recovery), 자연완화(spontaneous remission), 혹 자연회귀(spontaneous regression) 과정이 운 좋게 우연히 일치할 때, 이는 사람들에게 “효력이 있다(有效)”라는 이미지(印象)를 남기게 된다. 이로써 제사를 지내거나 기도를 드리며 무당의 술법(巫术)에 의한 “질병” 치료 방법이 유행하게 되었다.

 

3. 신앙요법(信仰治療)

확실히 신앙으로 샤머니즘(巫術)을 대체한다는 것은,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 “유효성(有效性)”은 완전히 동일하다. 그래서 불교(佛敎), 기독교(基督敎) 이슬람교(回敎) 등의 종교에서 신앙요법이 흥기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늘 환자들에게 시약(施藥)하거나 시술(施手術)을 하기 전, 혹은 그 일을 행할 때, 종교의 경문(經文)을 소리 내어 읽고 시(詩)를 읊으며 찬미하였는데, 그들은 이를 질병을 정복하는 보완수단으로 삼았다. 오늘날 우리들은 종교신앙(宗敎信仰)이 환자들에게 질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신념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 일부 위약효과(安慰剂效应)를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체내(體內) 기관의 조직성 질병들에 대해, 신앙은 어떠한 실제적인 치료 효과도 낳을 수 없을 것이다.

 

4. 철학의학(哲學醫學)

철학은 사람들의 인체에 대한 전체적 견해와,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와 이해는 사람들에게, 본능방법(本能方法)과 무당의 술법(巫術) 및 종교(宗敎)가, 병을 치유하는데 있어 미치는 영향을 새로이 심의(審査)할 이유를 갖게 하며, 또한 “유효한 치료”를 본능행위(本能行爲)와 무당의 술법(巫術) 및 종교로부터 벗어나도록 하였다. 이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460~377BC)의 “체액설(體液說)”, 아스클레피오스(Asclepiades, 124~40BC)의 “입자설(粒子說)” 및 갈렌(Claudius Galen, 129~216)의 “정신설(靈氣說)”을 대표로 한 철학의학(哲學醫學)을 형성하였다. 그 중, 갈렌의 철학의학은 유럽에서 1,300년 동안이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였다.

 

5. 경험의학(經驗醫學)

경험의학의 기본 방법은 관찰과 실험 및 측량을 통해, 끊임없이 유효성을 누적시키고 무효성을 바로잡으며, 유해함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경험의학에 있어, 그 결점은 유효성과 무효성 및 유해성에 대한 원인관계와 원리관계 연구를 경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험의학 방법으로 질병을 정복하기도 전에, 이미 구체적인 이론적 지도(指導)가 결핍되어 있었다. 한의학은 오늘날까지 어떠한 경험적 방법도 배워 사용한 적이 없는데, 체온측량과 같은 간단한 경험방법조차도 한의사들은 아직까지 발명해낸 적이 없다. 한의학은 보고(望) 들으며(闻), 묻고(问) 진맥을 해(切)”보는 것을 통해, 질병의 진단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였으나, 이러한 진단방법은 구체적으로 조작된 함의(內涵)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그 진단의 생리학과 병리학의 근거 또한 불명확하다. 이로써 한의학은 경험의학에 속하지 않는다.

 

6. 직관의학(直覺醫學)

유사(相似)하거나 상이(相異)한 몇몇 직관에 의거하여 채택한 치료 방법은 직관의학(直覺醫學)에 속한다. 사람들은 일부 식물의 잎이 폐(肺)처럼 생긴 것을 보았을 때, 곧바로 이러한 잎을 이용해 폐의 질병을 치료하였다. 또한 소가 힘이 세고, 호랑이가 맹렬한 것을 보게 될 때, 어떤 사람은 이러한 동물의 뼈나 생식기를 먹으면 남성의 정력 저하(低下) 혹 성기능 감퇴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이러한 사례들이 곧 직관의학에 속한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반기에 걸쳐, 유럽에서는 사무엘 하네만(Samuel Hahnemann)을 창시자로 한, “동종요법(homeopathy, 顺势疗法)”[2] 이 생겨났다. 이러한 치료방법이 바로 전형적인 직관의학에 속한다. 동종요법은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서 병을 치료하는데, “같은 것으로 같은 것을 고친다(similia similibus)”거나 혹은 “다른 것으로 다른 것을 치료한다(contraria contrariis)”. 전자(前者)는 한의학에서 “독으로써 독을 물리치다(以毒攻毒)”라고 나타나며, 후자(後者)는 한의학에서 “음양의 조화(阴阳調和)”로 표현된다.

 

동종요법의 기본의학사상은 질병의 증상에 의해 치료를 결정해내는 것이지, 질병의 원인(病因)으로 치료를 결정짓는 게 아니다. 이런 면에서는 한의학에 있어, 환자의 발병 원인과 증상 및 맥박 등을 한의학 이론에 의거하여 진단하고 치료하는 “변증시치(辨证施治)”와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직관의학이 너무나 많은 맹목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법으로 치료한 환자들에게 보통 지나친 상해(傷害)를 초래할 것이며, “(없는) 병이 새로이 발생하는(再造病)”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한의사가 “사간(泻肝)” 방법을 환자에게 사용하여 “요독증(尿毒症)”에 걸려 끝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18세기의 유럽에서는 동종요법을 이미 “isopathy(同源疗法)”이라고 제창하였다. 그것은 촌충을 먹게 하여 촌충병(绦虫病, tapeworm disease)을 치료해내고, 임질의 고름(淋脓)을 먹게 하여 임질(淋病)을 치료하였다. 이는 확실히 위험한 방법이다. 동종요법이 많은 해(危害)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유럽 의학계에 의해 엄격하게 사용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과 유사한 치료법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중국에서는 “중국문화의 특색을 갖춘” 의학 지보(至寶)로 받들어지고 있다.

 

[2] : 동종요법(同種療法)이란, 인체에 질병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방법으로, 1790년대에 독일인 의사 사무엘 하네만에 의해 발전하고 개발되었다. 이는, 히포크라테스가 건강한 사람도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질병 원인과 같은 물질을 소량 사용하면 그 증상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데서 시작되었다 -옮긴이.

 

7. 과학의학

과학의학은 차츰차츰 형성되어지며 완만하게 진보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의학의 기점을 확정짓기 무척 어렵다. 어떤 사람은 과학의학이 전반적으로 인체 구조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여기며,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3] 가 발표한 ≪인체구조론(人体構造论)≫을 그 지표로 삼는다.

어떤 이는 화학을 의학에 끌어들여 지표로 삼아 과학의학을 이해하였다. 이것에 의하자면, 첫 번째 화학약품의 출현은 과학의학에서 발단(开端)되었다. 이는, 스위스 의사 파라켈수스(Paracelsus)가 1529년 증류(蒸馏)와 결정(結晶)이라는 방법을 통해 구아야콜(guaiacol)을 얻어낸 것을 과학의학의 발단 지표(开端标志)로 삼았다.

또 어떤 이는, 과학의학은 당연히 진단의 과학화에서 계획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프랑스 의사 라에네크(Rene Laënnec)가 청진기를 발명한 것을 지표로 삼는다. 과학의학의 기원에 대한 현대적 견해는, 의학을 놓고서 과학의학이 되는지의 여부를 보는 것으로, 이러한 의학은 충분한 사실적 근거를 갖춘 원인관계(因果關係)와 원리관계(原理關係)를 세울 수 있는가 없는가에 의거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은, 증거를 기초로 한 근거중심의학(循证医学, Evidence Based Medicine)이 과학의학을 흥기시킬 수 있는 지표라고 여긴다. 바로 이 근거중심의학이, 과학(科學)과 공정(工程) 및 통계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의학을 평가하는 도구가 되어, 의학이 엄격한 원인관계와 원리관계의 기초를 갖추도록 한다.

그러나 현재 근거중심의학을 연구 토론하는 중국학자들은 기술측면의 서술에만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였을 뿐, 근거중심의학의 사상적 기원(起源)은 경시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근거중심의학은 스코틀랜드(Scotland) 철학자 아치 코크란(Archie Cochrane)이 1972년에 발표한 ≪유효함과 유효성: 보건 서비스에 있어서의 확률론적 영향(Effectiveness and Efficiency: Random Reflections on Health Services)≫을 그 사상적 출발로 삼았다.

 

[3] : 베살리우스(1514-1564)는 브르쉘 출신의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로, 1537년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에서 의사자격을 얻고, 동대학에서 해부학과 외과학 교수를 지냈다. 대표작으로는 ≪인체구조론(De humani corporis fabrica libri septem)≫(1543)이라는 7권의 방대한 저서가 있다. 이 저서에서는 갈레누스(갈렌)의 인체해부에 관한 학설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옮긴이.

 

8. 한의학(中醫學)

한의학의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무질서한데다가 혼란스럽기까지 하며, 그 속에는 무수한 본능의학(本能醫學)의 성분[4]과 주술의학(巫醫) 요소[5]를 내포하고 있다. 이 외에 한의학은 또한 극히 믿을 수 없는 경험요소(經驗成分)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학의 요소는 일부 서방의 18세기 동종요법(homeopathy, 顺势疗法)과 비슷하다. 한의학의 이론 형태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 철학이 아닌 세속적 신비주의에 속한다. 즉, 일종의 비종교(非宗敎)적이자 비신화(非神話)적이며, 비이성(非理性)적이자 졸렬하고 속된 습성으로 가득 찬 신비주의이다. 만일 이러한 “신비주의”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전달하고자 한다면, 나는 이를 ‘mysticism of philistinism’, 즉 페니키아인(Phoenician)의 습성으로 가득 찬 신비주의로 번역하길 건의한다.

 

한의학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학적인 특징도 갖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한의학은 오히려 끊임없이 과학으로 표방되어져 왔다. 어떠한 주의나 주장도 내세우지 않은 고대 한의학은 저속한 신비주의 습성으로 가득 뒤섞인 잡탕(大杂烩)이다. 중국 정부에 의해 치켜세워지고 보호되어진 한의학은 바로 전형적인 허위의학(僞醫學, pseudo-medicine)이다. 이 허위의학에는 세 가지 주요한 특징이 있는데 첫째, 어떠한 과학적 실험을 진행한 바 없이, 생명의 안전을 멸시하고서 몇몇 신비주의 문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며, 질병에 대한 치료 방안을 경솔하게 결정지었다. 둘째, 의학과학이라면 반드시 따라야하는 원인관계와 원리관계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서, 아무런 상관없는 질병, 예컨대 마른버짐(乾癬)이나 두드러기(蕁痲疹), 요추간반돌출(腰椎間盤突出)[6]이나 관절염과 같은 질병을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하였다. 셋째, 치료 결과에 대해 과학적인 통계 및 과학적 평가 진행을 거절하였다.

 

[4] : 예를 들자면, 침구(鍼灸)·괄사(刮痧)·부항붙이기(拔火罐)·쑥뜸(艾灸)이 있다. 괄사(刮痧)는 급성 위장염 따위에 쓰이는 민간 요법으로, 동전에 물 또는 기름을 묻혀 환자의 가슴이나 등 따위를 긁어서 국부의 피부를 충혈시켜 위장의 염증을 경감시킨다. -옮긴이

 

[5] : 예컨대, 주약(主藥)에 배합하여 효과를 더욱 크게 하는 보조약을 사용하거나, 진찰을 할 때 남자는 왼쪽에 여자는 오른쪽으로 나눈다거나, 처방을 정하는데 있어(立方) 몇몇 정해진 운명에 따른다. 또한, 약초를 채집하는데 있어 동남서북으로 구분짓고, 약을 제조하는데 있어서는 꺼려 회피하는 규정을 지키는 등등을 말한다.

 

[6] : 좌골(坐骨) 신경(神經)을 압박하는 증상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