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접선거에 대한 고찰 >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시민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의사협회라고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근거는 없다.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본성 중 하나는 어떤 사안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다. 직접선거는 비록 적지만 시민에게 지도자를 선택할 통제력을 발휘할 통로를 열어두고 있지만 간접선거는 통제력을 발휘할 통로를 차단한다.
조직의 개혁에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직접선거를 대중이 좋아하는 이유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이끌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될 수 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서적인 만족감이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에 의한 통제감이 보존된다. 또한 희박한 확률이긴 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을 이끌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회원들에게 주어진다.
간접선거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인간의 본성에도 반하는 제도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고,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는 제도가 많은 회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어야 할 제도인지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반대하는 회원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것은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은 잘못된 믿음을 가진 과학자들의 신념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표현하는 글이다.
‘잘못된 견해를 가진 사람의 생각을 그의 생애 내에 바로잡아주기란 참으로 어렵다. 차라리 과학의 발전은 원래 느린 것이라 생각하며 위안하는 편이 낫다. 그는 진실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손자들은 믿을지 모른다. 지리학의 경우를 떠올려보라. 화석이 유기물질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입증하는 데만 백 년이 걸렸으며, 그것들이 노아의 방주 시대에 생긴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데 그 후 백 년하고도 오십 년이 더 걸렸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과학의 발전은 기존의 잘못된 이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들을 개종시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낡은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주류가 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증거에 의한 객관적 비판이 가능한 과학에서조차 과학자의 잘못된 믿음을 바꾼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말들이다. 그러니 객관적 증거를 대기가 힘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제도에 대해 논리만으로 타인의 믿음을 바꾼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더구나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자존심이 강하고 나름대로 성공한 나이가 든 사람일 경우 그의 신념이 바뀐다는 것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제도를 바꿀 실질적인 힘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의 젊은 의협 회원들은 위의 글처럼 새로운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의협을 장악할 시대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릴 경제적인 또는 심리적인 여유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일반 회원들이 회장 선거에서 자신의 선택을 표현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 도덕성에 대한 고찰 >
하이트와 조지프의 연구 결과 인간에서 도덕성의 다섯 가지 보편적 모듈은 상호 관계, 고통, 계층, 내집단과 외집단간 경계, 순결, 그리고 혐오감이라는 인간 고유의 감정에서 나오는 추상적 직관이다. 모두가 여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도덕적으로 칭찬할 만한 사람의 특성으로 정의되는 다양한 도덕적 미덕이 포함되어 있다.
-중략
하이트는 도덕적 감정이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도덕은 이타주의와 선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돕는 행위를 부추기는 감정은 도덕적 감정이라고 이름 붙이기 쉽지만, 배척, 수치, 잔인한 복수로 이어지는 감정도 그에 못지않은 도덕적 본성의 일부이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그 구성원이 함께 세운 놀라우면서도 보잘것없는 세상이며, 사람들이 이 세상을 돌보면서 본래 모습대로 지키고 키우고 나아지게 만드는 감정 또한 도덕적 감정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 행동이 '착한' 행동이 아니라도 말이다."
이상의 간접선거에 대한 고찰과 도덕성에 대한 고찰을 종합하면, 쌍벌제에 대한 의협의 대응 등 의협의 운영에 대해 누적된 불만 위에 의협의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자이면서 횡령의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회장에게 전의총의 대표가 계란과 멸치액젓을 투척한 것도 용인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정당한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차단되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의 반성이 없으며 또 반성할 사람들도 아니기에,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의사표현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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