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방사선과 암, 피폭량 렘(rem)

팔락 2011. 12. 20. 18:46

렘(rem)은 방사선 측정의 중요 단위지만 다른 단위를 쓰기도 한다. 1밀리렘(1mrem)은 1000분의 1렘이며, 치과 엑스선 한 번 찍을 때 받는 양이다. 다른 단위로는 시버트(Sv)나 그레이(gray)를 쓰는데 둘 다 100렘에 해당한다.

 

자연 방사능

우리가 마주치는 대부분의 방사선은 토양과 암석 속에 있는 칼륨, 공기 중의 방사성 탄소, 천연 우라늄과 토륨과 같은 천연 자원으로부터 나온다. 지구 깊은 곳에서는 방사성 라돈 가스가 스며 나온다. 게다가 먼 거리의 초신성으로부터 우주선cosmic ray(자연 방사선의 하나로, 태양계를 포함해 우리 은하 전체 공간을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원자핵이나 전자를 뜻한다. 이 중 일부는 태양에서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다.)이라 불리는 적지 않은 양의 방사선이 우주로부터 쏟아져 내려온다.

 

우리는 이런 방사선을 연간 0.2렘 정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는 우리 체내에서 생성되는 방사능보다 훨씬 많다. 인체에서 가장 큰 방사선 방출원은 방사탄소radiocarbon라고 불리는 탄소-14이다. 탄소-14는 주로 음식을 통해서 흡수되며(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공기 중의 탄소-14를 흡수한다. 대기 중의 방사성 탄소는 우주선이 공기 중의 질소를 때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반감기는 5,730년이다.(생체 물질을 이루는 탄소는 탄소 1g당 1분에 12번 방사성 붕괴를 일으킨다. 탄소는 인체의 18%를 차지하므로 56Kg의 사람이라면 10Kg의 탄소를 가진 셈이다.) 평균적으로 인체 내에서는 탄소-14의 방사성 붕괴가 분당 12만 번 일어나고 있다.

 

만일 몸 전체에 100렘을 받는다고 하면 아마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인체는 그 정도의 손상쯤은 아프기 전에 스스로 회복한다. 200렘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아프기 시작한다. 병명은 '방사성 중독'이나 '방사선병'이라고 부른다. 머리카락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고, 몸에 기운이 없고 구역질이 난다. 항암 치료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300렘 정도라면 수혈이나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한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사망확률이 50%에 달한다. 그래서 300렘의 피폭량은 방사능에 대한 LD50(치사량 50%)으로 불린다.

 

감마선은 매우 강한 엑스선으로 감마선 1렘은 10조 개의 감마선 입자에 해당한다.

 

방사선과 암 발병의 관계

태아였을 때나 성장한 후에나 우리 몸의 세포는 빠른 속도로 분열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낸다. 성인이 되고 나면, DNA는 세포분열 중지를 명령해 성장이 멈춘다. 분열 과정은 상처를 아물게 하거나 피를 만들어 내는 등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이 끝나고 나면 조절 유전자regulatory gene가 다시 세포분열을 멈추도록 지시한다. 세포분열을 멈추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서 몇몇 여분의 유전자가 그 일을 중복해서 맡고 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을 때 운이 나쁘다면 조절 유전자가 모두 파괴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세포는 다시 분열과 성장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젠 이들을 조절할 것이 없어 세포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현상이 발생하는 데 이것이 암이다.

 

유전자가 손상되면 암이 곧바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암이 발병하려면 급속한 성장을 제어하는 유전자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두 번, 혹은 그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암이 쉽사리 발병하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나 방사선의 최후의 일격이 될 마지막 세포 변이가 일어나면, 곧 암이 발병한다.

 

방사선과 암 발병 사이에 패러독스가 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선 피폭량은 약 2,500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양이면 방사능 중독으로 몇 시간 안에 죽는다. 즉 사람에게 이만큼의 방사선을 쏜다면 암에 걸리기도 전에 죽는다. 그러면 어떻게 방사선이 암을 유발하는 것일까? 패러독스의 답은 확률에 있다. 예를 들어 25렘을 주었다고 해 보자. 이는 암 유발량의 1%에 해당하는 양으로, 사람에게 쬔다고 해도 방사선 병에 걸리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적은 양의 방사선으로도 세포의 무한 증식을 막는 조절유전자 중의 하나가 파괴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량의 1%가 실제 암을 유발시킬 확률은 1%이다. 방사선량이 많아지면 암 유발확률도 이에 비례한다. 암 유발 방사선량의 4%라면 암이 발병할 확률도 4%가 된다. 그러나 이 비례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양의 100%를 받는다면 몇 시간 안에 방사선 중독으로 죽게 될 테니까.

 

우리 인간이 자연 발병하는 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20%다. 즉 인간의 20%는 결국 암에 걸려 죽는다는 뜻이며, 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방사선이 암을 유발한다고 할 때는 이 기본 수치에 방사선에 의한 위험을 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렘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다고 하자. 이는 암 치사량의 4%인데,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적인 20%에서 24%로 증가한다.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방사선에 대한 일반인의 공포는 대체로 과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아의 경우 1렘당 기형이 발생할 위험이 3% 증가하며, 이것은 성인의 75배에 달하는 위험도다. 임신부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과 엑스선 촬영은 방사선의 양이 매우 적어서 0.001렘 이하인데, 이는 이틀 동안 받는 자연 방사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엑스선은 실제로는 보통 빛의 광자photon가 가지는 에너지의 2만5천 배의 에너지를 가진 고에너지 광자다.

휴대전화의 전자파(마이크로파)는 고에너지 광자인 엑스선과는 달리 매우 낮은 에너지의 광자다. 전자파로는 우리 몸의 DNA 분자를 파괴할 수도 없고 다른 고에너지 방사선과 같은 방식으로 암을 유발할 위험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