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팔락 2011. 12. 9. 12:59

꿈의 대부분은 렘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며, 수면은 4단계의 서파(徐波) 수면과 렘수면으로 형성된다. 가끔 서파수면 상태에도 꿈이 보고되긴 하지만, 꿈의 특징인 황당한 내용을 갖는 꿈은 렘수면에서 일어나며 서파수면중의 것은 꿈을 꾸더라도 거의 대부분 기억되지 못한다.

 

꿈은 신경조절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거의 분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세틸콜린이 두드러지게 나와 강력한 연상작용을 일으켜 시각 연합 영역에 기억된 다양하고 오래된 기억들이 자유로이 인출되는 상황이다.

 

이때 배외측전전두엽의 활성화가 억제됨으로써, 인출된 기억들이 시간과 공간상에 의미있게 조합되지 못하여 내용이 기괴하고 반성적 사고가 없는 것이다.

 

꿈에서 주로 나오는 것들은 시각 이미지로 80%가 넘으며, 언어가 꿈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언어라기보다 위급한 상황에서 분출되는 짧은 외마디가 거의 전부다. 이는 진화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시각의 역사는 거의 5억 년이나 되어 동물 시스템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면과 꿈은 약 3억 년 전 원시 어류에서부터 시작된 반면, 언어를 사용한 것은 채 100만 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와 편도, 전대상회가 강력하게 작동하여 과잉 감정으로 분출되며, 꿈꾸는 동안 연합 시각 영역과 대뇌기저핵, 후두정엽이 활성화되어 과잉 운동성을 띤 시각 이미지가 꿈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꿈은 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첫 번째, 꿈은 왜 강력한 감각 운동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꿈에서는 어떤 서커스 선수보다 더 기기묘묘한 운동을 할 수가 있고, 심지어 날 수도 있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운동들이 운동성 과잉이라 생각될 정도로 표출될 수 있다. 이는, 배외측전전두엽이 동작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뇌기저핵과 소뇌가 활동할 경우 대뇌기저핵의 운동성이 마음껏 발휘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꿈속에서는 왜 자기 반성이 나타나지 않는가? 인간의 사고 과정은 대부분 은유를 사용하는 언어 체계와 관련된다. 깨어 있는 동안의 사고란 주로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내면의 언어 형태로 사고를 만든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않아서 인과적으로 연계된 생각, 즉 반성적 사고가 나타나지 않는다.

 

세 번째, 꿈은 왜 그렇게 자주 잊히는 것일까? 꿈은 본질적으로, 진화적으로 잊혀져야 한다. 꿈꿨던 것들이 잊어지지 않고 깨어 있는 동안 그대로 표출된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꿈을 꾸고 난 후 짧은 순간에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아주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깨어 있는 동안에 꿈이 계속 기억된다면 이 영상이 외부에서 들어온 입력인지 나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영상인지 구별이 안 된다. 꿈이라는 내부 신호와 현재의 환경 입력 사이에 구분을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생존에 위협적인 정신분열증의 상태와 같다. 꿈과 현실을 분리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꿈은 기억이 나지 않거나 곧 잊혀지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꿈을 꾸고 있을 때, 노르아드레날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기억 형성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앨런 홉슨은 꿈은 정신분열증과 유사하다고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꿈꾼대로 행동해보라. 그러면 가까운 친구가 당신을 보고 뭐라고 할까. 당연히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꿈은 일시적으로 미친 현상이며, 매일 밤 일어나는 일시적인 정신분열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민간에서 흔한 꿈 해몽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꿈은 정신분열 상태와 같고 넌센스라는 것이 앨런 홉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