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전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고집스럽게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는 매년 많은 돈을 정신과 치료, 투자 상담, 영적인 가르침, 기상 캐스터, 그 밖에 앞을 내다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각종 선전에 투자한다. 이처럼 미래를 점치는 산업에 돈을 쓰는 사람들은 그냥 재미삼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미리 앎으로써, 지금 그 일에 관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만일 다음 달에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우리는 당장 오늘 가지고 있는 돈을 채권으로 바꾸고 싶어할 것이다. 만일 오을 오후에 비가 올 것이라면, 아침에 우산을 챙기고 싶을 것이다. 이런 경우 지식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우리가 금붕어처럼 현재의 순간을 즐기면서 지금 여기에 머물기를 원할 때조차 우리의 뇌가 고집스레 미래를 상상하려 애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뇌는 우리가 경험할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우리에겐 커다란 전두엽이 있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덕분에 예측을 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미래가 있는 그대로 펼쳐지도록 내버려두지 못하는 걸까? 지금은 여기에 있다가 미래는 때가 되어 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대답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는 대답이고, 다른 하나는 말도 안 되게 틀린 대답이다.
기가 막히게 맞는 대답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통제력을 통해 얻는 미래 때문이 아니라, 뭔가 통제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무언가에 변화를 일으키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유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유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통제에 대한 이런 욕구들의 표현들이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아이는 블록 더미를 무너뜨리거나 공을 꾹 누르거나 혹은 이마로 컵케이크를 뭉개는 일을 재미있어 하면서 즐거움의 탄성을 쏟아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해냈기 때문이다. "엄마, 이게 바로 제 손의 작품이에요. 저 때문에 이 방의 상태가 확 바뀌었어요. 블록을 쓰러뜨리려고 한 대 탁 쳤더니 그게 정말 쓰러졌어요. 오,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인간은 통제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고, 그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살아가는 동안 그 어느 한 시점에서라도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간은 불행하고 무력하며 희망도 없고 우울해진다. 그리고 이따금 그 이유 때문에 죽기도 한다.
연구를 위해 심리학자들이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그들이 기를 수 있는 화초를 주었다. 그들 가운데 절반에게는 그 화초를 돌보고 영양을 공급하는 일을 노인들이 스스로 하도록 했고(높은 통제 집단), 나머지 노인들에게는 그 화초를 기르는 일에 직원 한 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낮은 통제 집단). 6개월 후 낮은 통제 집단은 30%가 사망한 반면, 높은 통제 집단은 15%가 사망했다. 추후 연구 결과, 통제력이 노인들의 복지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더불어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 자원자들을 모집해 그 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도록 했다. 이때, 높은 통제 집단에게는 학생들의 방문시간과 그곳에 머무는 시간을 노인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낮은 통제 집단에게는 그런 통제권을 주지 않았다. 2개월 후, 높은 통제 집단은 낮은 통제 집단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고 활동적이었으며, 더 적은 양의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를 얻고 나서 연구진은 이 시점에서 연구를 종료하였고 학생들의 방문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높은 통제 집단의 노인 중에서 많은 수의 사람이 사망했다는 유감스러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그들이 수행한 연구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즉, 통제력을 부여받아 스스로 결정하면서 유익을 얻었던 사람들은 연구가 종료되자 갑자기 통제력을 빼앗긴 셈이 되었던 것이다.이를 통해 명백히 알 수 있는 사실은 통제력을 얻는 것은 한 사람의 건강과 안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처음부터 통제력이 없었던 것보다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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