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점진적 사회공학과는 대립되는, 유토피아적 사회공학 접근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합리적 행위는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한다. 행위가 그 목적을 의식적이고 지속적으로 추구해 가는 만큼,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서 행위의 수단을 결정해 나가는 만큼 행위는 합리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고자 한다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그 목적의 선택이다.
이 원리를 정치적 활동의 영역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어떤 실제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이상적 제도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런 궁극적인 목적이 적어도 윤곽이라도 잡힌 후에라야 비로소 그 실현을 위한 방법과 수단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실제 행동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유토피아적 공학의 또 다른 어려움은, 유토피아적 과업의 범위에 따른 정보의 부족,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인간 이성의 한계, 각 개인의 암묵적 지식의 파악 불능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사회공학자나 한 집단의 사회공학자들이 그 과업의 목적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개의 가정, 즉 언제나 이러한 이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이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는 최선의 수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이 있다는 가정과 함께, 하나의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이상에 대한 신념만이 유토피아적 접근법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유토피아주의적인 접근법의 독특한 특성이 되는 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유토피아주의의 전폭성, 즉 돌멩이 하나라도 그대로 두지 않고 사회를 전체적으로 다루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어느 제도의 악을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는 확신이며, 세상에 어떤 품위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위에 그슬리는 제도를 완전히 근절해 버려야 한다는 확신이다. 그것은 비타협적인 급진주의이며, 탐미주의이며, 완전주의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지금보다 좀 낫고 좀 더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추함이 전혀 없는 세계, 참으로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
탐미주의와 급진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이성을 던져버리게 하고, 그 대신 정치적 기적을 바라는 절망적인 희망을 갖도록 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도취 상태에서 솟아 나오는 낭만주의이다. 그러나 항상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낭만주의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선한 의도가 있다 해도, 단지 하나의 지옥을 만들 뿐이다.
여기서 덧붙여야 하는 것은 경제적 간섭, 여기서 변호되고 있는 점진적 방법도 국가권력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간섭주의는 매우 위험스런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간섭주의에 대한 결정적 반론은 아니다. 국가권력은 언제나 위험스러운 필요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계해야 할 것은 간섭주의적 계획에 따라 국가에 더 큰 힘을 부여하고서는 우리가 감시를 소홀히 하며, 민주적 제도들을 더욱 강화하지 않게 될 때, 우리가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유를 상실하면, 계획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우리는 상실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자유의 역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계획의 역설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획을 너무 많이 하면, 우리가 국가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 자유가 상실된다. 이것은 계획의 종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고찰은 우리에게 점진적 사회공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며, 유토피아적 혹은 전체적 방법을 거부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고찰은 어떤 이상적 선(善)을 수립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악들과 투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우리고 하여금 갖도록 한다. 국가간섭은 자유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에만 제한하여야 한다.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있는 것은 모든 형태의 통제되지 않은 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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