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회생물학과 윌슨

팔락 2011. 6. 9. 15:45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생물학에 기초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회과학 분야를 보다 엄밀하고 과학적으로 진보시키기 위한 통섭의 학문이다. 종교와 윤리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사회 행동은 결국 생물학적 현상에 불과하며 집단생물학과 진화학적 방법론으로 분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윌슨은 개미, 벌, 침팬지 같은 사회성 동물들을 예로 들면서, 인간만이 지니고 있다는 특징들을 다른 종도 지니고 있거나, 그들이 인간만큼 지능을 갖게 되면 쉽게 그런 특징들을 습득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인간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는 사실상 영장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나아가 포유동물 전체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동물의 특징인 것과 생물 전체의 특징인 것도 있다.

 

윌슨은 한편으로 과학을 경시하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비판한다. 만일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학자들이 과학의 발견과 발전 상황을 얼마간 이해하고 있다면, 다른 동물도 지닌 특징을 인간만의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이다.

사회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이 과학을 무시하고 있는 사이에 과학은 풍부한 자료와 개념들을 무기삼아 그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영역에 침입해 들어가고 있다. 사회생물학은 그 선두에 서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물학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정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윌슨은 이런 경계 침입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발전의 과정이라고 본다.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특징들의 생물학적 토대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면, 인간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이 눈에 보일 것이고, 그러고 나면 나치식 인종 말살이나 가족 해체 같은 인간의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지 않은 가능성들을 실험하느라 힘을 낭비하는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생물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털 없는 원숭이>에게 적합한 가능성들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여왕벌을 보호하기 위해 침입자에게 무작정 침을 꽂고 죽는 벌들의 이타주의적 행동은 인간의 가능성 속에 들어있지 않다. 인간에게는 인간 나름의 이타주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 인간이 속해 있는 영장류와 포유동물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타주의는 유전자의 생존과 증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귀한 수단이며, 단지 생물 종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인간에 내재된 가능성들을 인식하는 것, 인간의 이 가능성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이런 인식이 인간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리라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생물학의 지향점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페셔널리즘의 정신  (0) 2011.06.16
윤리와 도덕2  (0) 2011.06.14
점진적 사회공학과 국가간섭  (0) 2011.06.09
인간성의 분류  (0) 2011.05.31
인지부조화, 자기정당화 요약  (0) 201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