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반증가능성 원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자유분방하고 유용한 함의 중의 하나는 과학에서의 실수가 결코 죄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칼 포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의 하나는 과학이 진보하는 방식을 미려하면서도 짤막하게 요약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추측과 논박 Conjectures and Refutatons>.
포퍼에 따르면, 가장 유용한 이론적 예언(추측)은 아주 특수한 함의를 가지며 스스로를 반증(논박)에 노출시키는 예언이다. 물론 그러한 예언은 실제로 반증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그렇게 반증된 가설은 세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의미에서 실수이지만, 그러한 실수를 수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진리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반증된 가설은 과학자들의 이론이 데이터와 보다 잘 일치할 수 있도록 그 이론을 수정하는 데 사용할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철학자인 다니엘 데넷은 과학의 요체가 "실수를 공개하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데이터가 이론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 이론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궁극적으로 세상의 본질을 보다 잘 반영하는 이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반증은 이론 변화의 기제이며, 일상의 삶에서처험 회피해야 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신념이 세상의 증거와 상치될 때 그 증거를 부정하고 역기능적인 생각에 막무가내로 집착하기보다는 그 신념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들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누구든지 돌이켜 생각하고는 "나는 이것을 똑바로 보지 못했어"라고 말할 때 그 사고의 흐름은 의미성을 갖는다. 삶의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은 "나는 그것에 대해 엉터리였어"라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과학은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나게 만드는 방법이다.
여러분은 문득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수많은 대상에 대해서 갈등이나 아니면 어떤 기이함을 느낀다. 여러분으로 하여금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충격이다. 이것은 일반 세속인들이 처음의 실수를 옹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해대는 합리화와는 정반대 되는 일이다.
-- 신판 심리학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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