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7가지 의미

1. 멘델의 정의에 따르면 유전자는 유전의 단위, 다시 말해 진화의 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 보관소다. 1953년 DNA 구조의 발견은 유전자가 어떻게 유전자를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멘델의 비유를 실제로 만들었다. 왓슨과 크릭은 <네이처>에 다음과 같은 절제된 문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정했던 그 특별한 이중 구조가 유전적 재료를 복제하는 메커니즘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최근에야 부활된 유전자의 두 번째 정의는 상호교환될 수 있는 요소라는 드브리스의 개념이다. 게놈 판독으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인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많은 유전자를 파리나 벌레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파리의 신체 구조를 설계하는 유전자들은 쥐와 인간의 유전자들과 정확히 대응했고, 그 모든 유전자는 6억 년 전에 살았던 둥근편형동물이라는 공통의 조상에게서 온 것이었다. 동식물 유전자들은 물리적 세계의 원자들과 비슷해서, 표준 부품들이 다른 조합으로 사용되면 다른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드브리스의 유전자는 상호 교환될 수 있는 요소다.

 

3. 세 번째 정의는 드브리스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영국 의사 아키볼드 개러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아주 독창적인 방법으로 단일 유전자 질환인 알캅톤뇨증이라는 이름의 희귀한 질병을 확인했다. 개러드의 유전자는 질병을 격퇴하는 건강의 수호자다.

 

4. 네 번째 정의는 유전자가 실제로 하는 일을 규정한다. DNA 개척자들은 처음부터 유전자가 두 가지 일(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일과 단백질 합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현시키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왓슨은 DNA가 RNA를 만들고 RNA가 단백질을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후에 크릭은 이 개념에 분자생물학의 `핵심 교리`라는 자랑스런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왓슨-크릭 유전자는 일종의 조리법이다.

 

5. 다섯 번째 정의는 프랑스의 과학자 프랑수아 자콥과 자크 모노가 정의한 것으로, 유전자는 스위치이고 따라서 발달의 단위라는 것이다. 자콥과 모노는 1950년대에 락토오스 용액 속의 박테리아가 갑자기 락토오스의 소화 효소를 생산하다가 효소가 충분해지면 생산을 멈춘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는 억제인자 단백질에 의해 꺼지고, 억제 인자는 락토오스에 의해 무력화된다. 즉 단백질이 유전자 가까이에 있는 특별한 배열에 붙으면 스위치가 켜지고 꺼진다는 개념이었다. 이제 유전자는 DNA 스위치를 갖추게 되었다.

 

6. 여섯 번째 정의는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다. 진화가 유전자의 차별적 생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설명한 사람은 로널드 피셔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개념 속에 포함된 놀라운 의미들을 완전히 밝힌 사람은 조지 윌리엄스와 윌리엄 해밀턴 그리고 그들의 조수인 리처드 도킨스와 에드워드 윌슨이었다. 도킨스가 보기에 신체는 유전자가 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탈 것이고, 유전자에 의해 성장하고 먹고 번창하고 죽음에 이르도록(그러나 무엇보다 번식을 위해 투쟁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이었다. 신체는 유전자가 새로운 몸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었다.

 

7. 일곱 번째 정의는 투비-코스미데스의 개념으로 유전자는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이끌어내는 장치다. 그들은 인간 행동 표현이 유전자와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기초를 이루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유전자와 직접 관련될 것이라 주장했다. 마음에는 충분히 심리적 메커니즘들이 있을 수 있고, 그 메커니즘은 과거에 자연 선택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형성된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특정한 상황에 응하여 특정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소인을 부여한다. 이것을 진화심리학이라 불렀다. 그것은 촘스키의 선천론에 포함된 최고의 개념(마음은 선천적 지식의 기초가 없으면 학습을 할 수 없다)과 사회생물학의 선택설에서 뽑은 최고의 개념(마음의 부분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것이 자연 선택에 의해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유전자는 특정한 환경을 기대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