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육에서의 빈 서판 이론과 진화론 적용

팔락 2011. 4. 12. 11:48

전통적인 교육은 빈 서판을 기초로 한다. 아이들은 텅 빈 채 학교에 오면 그들의 마음에 지식이 침전되고 그 지식은 후에 다양한 시험을 통해 재생산된다. 빈 서판은 또한 초기의 몇 학년도가 평생의 사회적 가치가 형성되는 기회 지대라는 이론을 강조한다.

 

진보적인 교육은 대부분 고상한 야만인에 기초한다. A.S 닐은 유명한 저서 <서머 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현명하고 현실적이다. 어른의 가르침 없이 혼자 내버려두면 발달할 수 있는 데까지 발달한다." 닐을 비롯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진보적 이론가들은 학교 교육에서 시험, 학년, 교과 과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책까지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학교도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 운동은 교육 현실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마음을 진화적으로 형성된 일종의 복잡계로 이해한다면 이상과 같은 철학들과 충돌하게 된다. 새로운 대안은 수잔 케리, 하워드 가드너, 데이비드 기어리 같은 인지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교육은 빈 서판에 무엇을 쓰는 것도, 아이들의 고상함이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은 인간의 마음에 선천적으로 부족한 능력들을 보충하려는 과학 기술에 가깝다. 아이들은 걷기, 말하기, 사물 인식, 친구들의 개성을 기억하기 등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물론 그런 과제들은 읽기, 더하기, 연도 외우기 등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고 글자 익히기, 셈, 과학 등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다. 종 보편적으로 진화할 수 없을 만큼의 최근 시기에 발명된 지식과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결코 빈 수용체나 보편적 학습자가 아니라 특정한 사고와 학습의 도구 상자를 갖추고 태어난 존재이며, 설계 능력에서 벗어난 문제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그 도구들을 영리하게 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에 새로운 사실과 기술을 주입해야 할 뿐 아니라, 낡은 것들을 수정하고 억제해야 한다. 학생들은 운동량을 기초로 한 직관 물리학을 졸업한 후에야 뉴턴 물리학을 습득한다. 또한 생명력의 본질에 따라 사고하는 직관 생물학을 버린 후에야 현대 생물학을 배우고, 설계를 설계자의 의도로 보는 직관 공학을 잊은 후에야 진화를 이해한다.

 

기어리는 결론에 해당하는 의미를 지적한다. 교육의 내용은 대개 인지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문에도 불고하고 그것을 정복하는 과정은 종종 어렵고 따분하다.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지위를 획득하고, 운동 기능을 습득하고, 물리적 세계를 탐구하는 일에는 선천적인 동기를 발휘하지만, 수학 공부 같은 비 자연적인 과제에는 자신의 인지적 기능을 적용하겠다는 동기를 반드시 발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오랜 시간 후에야 보상이 분명해지는 공부라는 힘든 과업을 끈기 있게 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가족, 또래 집단, 또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